경기 불황으로 직격탄을 맞은 대표 분야가 유통업이다. 해외 경기 호조와 맞물려 수출은 점차 회복세로 돌아서고 있지만 국내 서비스 업종은 여전히 찬바람이 불고 있다. 한 번 닫힌 소비자의 주머니는 좀처럼 열리지 않아 관련 업계에서는 애만 태우고 있다. 그나마 인터넷쇼핑몰·할인점 등 신유통 채널이 꺼져 가는 ‘소비의 불씨’를 살리는 상황이다.
좀처럼 소비 심리가 살아나지 않으면서 유통업계에도 ‘구조 조정’ 이야기가 쏠쏠 나오고 있다. 구조 조정의 핵심은 인력 감원이다. 이미 A백화점은 100여명의 직원을 감원하고 B홈쇼핑 역시 상당한 수준의 인력 조정 작업에 착수했다는 전언이다. 한 때 수십 명에 달하던 집단 상가의 포스트 매장 조차도 절반 이상의 인원을 줄이는 등 오프라인 유통 채널을 중심으로 소리 소문없는 인력구조 조정이 한창이다. 감원 운운에 파국 정국·경기 불황·취업난 등 사회적인 분위기까지 겹쳐 유통업계는 이래저래 우울한 연말을 보내고 있다.
경영이 어렵다면 당연히 기업은 내부의 시스템과 사업·인력을 새롭게 조정해야 한다. 하지만 과연 유통업계에서 인력 조정이 능사인지는 재고해 봐야 한다.
기업 구조를 바꾸는 데는 두 가지 길이 있다. 비용을 최소화하든지, 효율을 극대화해야 한다. 인력 조정은 비용을 최소화하는 대표적인 방법이다. 문제는 단기 효과에 만족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다른 산업도 마찬가지지만 유통 분야는 결국 사람이 재산이다. 개개인이 쌓은 업무 노하우와 인적 네트워크가 바로 그 기업의 경쟁력이다.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인력 조정은 결국 ‘부메랑’처럼 유통업계의 발목을 붙잡을 수밖에 없다. 특히 불황의 골이 깊은 집단 상가·백화점·홈쇼핑 등은 이미 사업 정점을 지나 점차 한계점에 달한 유통 채널이다.
인력 조정이라는 비용 위주의 단기 처방 보다는 미래 유통 채널 발굴, 물류와 서비스 시스템 개선 등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으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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