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차세대 성장동력 역할 다툼

 우리가 차세대 성장동력 사업에서 그렇게 우려했던 부처간 밥그릇 싸움이 벌어졌고 결국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중재에 나선 것은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물론 대통령이 직접 해결에 나선 만큼 부처간 갈등을 일으키게 된 역할분담 등의 문제는 어떤 식으로든 이른 시일 내 정리될 것이다. 이로써 그간 실타래처럼 얽혀 표류하던 핵심과제 선정 등 차세대 성장동력 사업 후속작업도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여 다행스럽기는 하다.

 하지만 한편으로 보면 아직도 걱정되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역할분담 문제가 또다시 부처간 갈등을 일으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엊그제 청와대에서 열린 차세대 성장동력 업무조율회의에서 대통령이 민간전문가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산업별로 역할 분담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져 더욱 그렇다. 이 문제는 이미 사업 추진 초기부터 발생해 청와대까지 나서서 그것도 몇 개월간 조정작업을 거쳐 기술별로 맡기로 하고 해결한 사안인데도 다시 원점으로 회귀했기 때문이다. 특히 각 부처가 특정 성장동력을 맡아야 한다고 내세우는 논리가 정보기술의 융·복합화하는 추세에서 IT산업을 별도 산업으로 발전시키느냐 아니면 기존산업의 일부로 놔둘 것인가에서 비롯된 만큼 각자 장점을 강력히 주장할 게 분명하다. 산자부와 정통부가 경쟁적으로 기획단이나 단체를 설립해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 홈네트워크와 로봇분야가 대표적이다.

 무엇보다 대통령이 중재에 나섰다는 것은 부처간 갈등과 영역다툼이 도를 넘어섰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이는 내년에 있을 정부 기능 및 조직개편시 성장동력 분야를 많이 확보하지 않으면 흡수 통합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여기에 사업과제가 많을수록 예산배정이 늘어나고 해당업체에 대한 영향력이 커지는 만큼 사업초기처럼 성장동력과 세부과제 선정에 부처들이 온힘을 쏟을 것이 뻔하다. 그만큼 해당부처들이 차세대 성장동력 사업 추진보다 부처 기능 확보에 역점을 두지 않을까 걱정된다.

 그러나 부처간 혼선이나 중복투자를 없앨 종합조정기구를 두기로 결정해 다소나마 위안이 되고 기대도 된다. 그간 차세대 성장동력 사업의 뚜렷한 주도 부처나 조정기능을 갖는 조직이 없이 담당 부처별 각계전투 형식으로 추진하도록 해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과제를 발굴할 수밖에 없어 부처간 갈등을 빚는 원인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의 추동력으로 삼겠다고 공언한 10대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 육성이 부처간 역할분담 문제 때문에 몇 개월을 허비하는지 모르겠다. 구체적 핵심과제를 정하는데 엉뚱한 문제로 허송세월을 거듭하면 자칫 실기할 수도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산업별로 역할분담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만큼 이른 시간내 원칙과 기준을 정해 시행하는 것이다. 특히 여기에는 각 부처의 기능이나 업무 논리성보다는 현재까지 추진상황을 잘 점검해 기존에 준비한 것이 허사가 되지 않도록 최종결론을 내리는 게 중요하다. 문제점은 차후 만들어질 종합조정기구에서 개선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차세대 성장동력 역할분담이 공급자 중심이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성장동력 산업은 민간투자를 최대한 이끌어내야 성공할까 말까한 것이 대부분이다. 때문에 이번에 어떤 식으로 결정되든 부처간 협력시스템을 구축하고 민간을 끌어들여야 한다. 또 세부 과제 선정에서도 모든 기술을 다할 수 없는 만큼 필수요소를 선택, 집중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전략적 결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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