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소스 진영-대기업 찬판 팽팽
소프트웨어(SW)를 특허로 인정하는 법안에 대한 유럽연합(EU)의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IDG 등 외신에 따르면 유럽 15개국으로 구성된 EU는 논란을 빚고 있는 ‘소프트웨어 특허 법안’승인을 또 다시 연기했다.
이 법안은 EU 각국의 서로 다른 SW관련 법을 정비하려는 목적에서 제안됐는데 컴퓨터로 작업한 SW에 대해 특허로 인정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EU의회가 지난 9월 27일 이를 승인한 데 이어 EU각료이사회가 지난달 27일 회의를 열어 동 법안을 승인하려 했으나 찬·반 논란이 여전히 뜨거워 다음 기회로 연기했다. 언제 다시 이 법안을 처리하게 될 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SW의 지재권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된 이 법안은 처음 제안됐을 때 대기업들로부터 큰 지지를 받았다.
반면 컴퓨터관련 학계와 SW개발자, 그리고 특히 미국에 비해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오픈소스 진영으로부터 거센 반발을 받았다. 이들 반대론자는 새 법안에 대해 “EU내의 공개적 아이디어 교환을 어렵게 하면서 궁극적으로 SW산업의 혁신을 저해할 것”임을 들어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당초 법안이 오픈소스 진영 등으로부터 거센 반발에 부딪히자 법안 제안자들은 124개의 수정안을 만들어 추가 제출, 결국 지난 9월 간신히 EU의회의 승인을 받았었다. 하지만 수정안이 나오자 이번에는 대기업들이 “(수정안이) SW지적재산권을 제한하고 있다”며 거세게 들고 나섰다. 대기업들은 “강력한 지적재산권만이 기술혁신의 근본적 동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노키아, 지멘스, 필립스, 에릭슨 같은 유럽내 정보기술(IT) 대기업들은 EU에 서한을 보내, “개정된 법안에 반대하며 만일 개정된 채로 법안이 통과되면 150억유로에 달하는 EU내 연구개발부문을 다른 곳으로 이전할 것”이라며 강력한 항의 의사를 표하기도 했다.
아일랜드 국립대 법학교수이자 변호사 카렌 머레이는 “아이디어를 특허화한 좋은 본보기가 바로 아마존닷컴의 원클릭 기술”이라고 언급하며 “특허의 목적은 혁신을 촉진하는 것으로 SW산업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고 역설했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