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11시 국회 329호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회의실. 10시부터 열릴 예정이던 ‘인터넷주소자원에 관한 법률안 공청회’가 1시간 넘게 지체됐지만, 의원석에는 고작 1명의 의원이 앉아있었다. 위원장까지 포함하더라도 2명의 의원이라면 전체 위원회 소속 18명의 의원중 9분의 1만이 참석한 셈이다.
회의장 밖에서 ‘오매불망’ 의원들의 등원을 기다리던 사람들의 입에서 한숨과 함께 푸념이 섞여나온 것은 당연하다. 어떤이들은 노골적으로 “국회의원이 입법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공청회 자리엔 빠지고 다들 어디에 가 있는 거야?”라는 비아냥을 쏟아냈다.
또 한쪽에선 “우리나라에서 입법에 가장 관심있는 사람은 국민들이고, 가장 관심없는 사람은 국회의원들”이라는 독설이 터져나왔다.
결국 오전 11시를 넘겨서 의원 두명만으로 개회는 했지만, 공청회가 제대로 진행된다는 것은 애시당초 불가능했다. 위원장은 쑥스러웠던지 개회를 선언하는 의사봉조차 두드리지 않았다. 공청회 안내책자에는 10시부터 한시간동안 전문가 진술, 그 뒤 1시간은 의원질의 및 응답이 잡혀있었지만 그 일정은 모두 무시됐다.
4명의 진술인들이 차례로 호명돼 책을 읽어나가듯 법안에 대한 견해를 발표했으며, 그것으로 끝이었다. 모두들 점심 허기 달래기에 바빴던 것일까.
이날 공청회는 인터넷주소 관련업계의 사활이 걸려있을 정도로 큰 관심을 받은 자리였다. 업계관계자들도 그만큼 중요한 논의와 심도 있는 토론이 이뤄지기를 기대하며 자리에 참석했을게다.
물론 특검법 대치국면으로 빚어진 국회공전때문에 토론까지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치자. 그동안 정부입법 과정에서 정부의 입법취지와 내용설명은 충분히 들은 만큼 그 다음은 업계와 이용자들을 위한 의견개진의 기회를 만들어주는 게 당연한 순서가 아닌가. 하지만 그런 기회는 단 1초도 주어지지 않았다.
말 그대로 公聽會가 空聽會가 돼버린 자리에 참석했던 업계관계자들의 씁쓸한 표정이 못내 안스럽기만 했다.
<정보사회부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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