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맘껏 망가진 `낭만자객`의 김민종

 ‘김민종’ 하면 떠오르는 강렬한 눈빛과 진지한 표정을 올 겨울에는 잠시 접어놔야 할 것 같다.

 김민종(33)은 12월 5일 개봉하는 영화 ‘낭만자객’에서 주인공 ‘요이’ 역을 맡아 얼뜬한 캐릭터를 멋들어지게 보여준다.

 그 자신도 “뭔가 마법에 걸려 연기한 것 같다”며 겸연쩍어 했다.

 “초반에는 연기 변신이 쉽지 않았어요. 하지만 마음을 비우고 나니까 적응이 되더라구요. 자객단 두목으로 나오는 ‘예랑(최성국 분)’도 분위기를 많이 잡아줬구요.”

 처음부터 김민종이 ‘요이’ 역을 흔쾌히 수락한 것은 아니었다. ‘개 같은 날의 오후’에서 얼빠진 도둑 역을 맡아했던 김민종의 끼를 한눈에 알아본 윤제균 감독이 그의 캐스팅을 위해 삼고초려의 노력을 기울인 것. ‘삼고초려 캐스팅’은 영화계에서도 유명한 일화로 통한다.

 망가짐의 정도가 워낙 심했기 때문에 그의 ‘도피’ 행각도 무리는 아니었다.

 얼뜬한 캐릭터에 맞게 졸린 듯한 표정은 기본이다. 남녀간의 동성애를 표현하기 위해 최성국과 과감한 키스신도 불사하고, 코딱지도 먹었다 했다. 주저없이 바지춤을 내리고 고수검법을 선보이는 장면은 웃음 없이는 볼 수 없을 정도다.

 “모든 장면이 힘들었습니다. 특히 시나리오에 없던 장면들이 즉석에서 추가돼 더욱 곤혹스러웠습니다. 제가 ‘이걸 어떻게 찍느냐’고 투덜대곤 했지만, 결국 감독님이 찍게 만들더라구요. 촬영 후에는 감독 의견에 전적으로 동감하게 되는 것이, 희한하죠?”

 농담이기는 하지만, 다시는 윤 감독과 만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낭만자객’은 얼뜬한 자객들과 섹시한 처녀귀신들이 벌이는 코믹작품이다. 시대적인 배경은 청나라의 간섭으로 전국이 혼란하던 조선시대로 하고 있다. 그러나 작품 속에는 약소국이 겪는 비애가 강하게 배어 있다.

 ‘두사부일체’, ‘색즉시공’으로 연타석 흥행 홈런을 날린 윤 감독이 또다시 한국 코미디의 흥행 기록에 도전하는 영화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아왔다.

 이번 ‘낭만자객’은 김민종으로서도 의미가 큰 작품이다. 올초 개봉된 영화 ‘나비’ 이후 배우로서 깊은 슬럼프에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어떤 느낌의 작품을 선택해서, 어떤 작품에 몰입해야 하나’하는 영화에 대한 상실감이 컸다”는 그는 “영화계에서 조용히 사라지려고 했는데, 윤 감독과 보이지 않는 인연으로 다시 스크린에 서게 돼 감개무량하다”고 심경을 털어놓기도 했다.

 “목숨걸고 찍었습니다. 누군가 그러더군요. 윤 감독의 세 번째 희생양이 됐다고요. 정말 희생양이 됐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입니다.”

<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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