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재조 공정의 핵심 재료인 웨이퍼 전문업체 LG실트론이 e비즈니스에 역량을 집중한 것은 하나의 도박과도 같은 승부수였다. 일본 업체들이 장악한 세계 웨이퍼 시장에 정상급 회사로 발돋움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일본 웨이퍼 업체들은 높은 기술 선도력과 가격 우위 그리고 오랫동안 시장을 지배해온 경험이 있어 지난 91년 첫 사업을 시작한 LG실트론에게는 어려운 상대였다. 웨이퍼는 반도체 제조의 핵심중의 핵심 재료로 일본 업체들이 선점해온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을 올린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뽑아든 카드가 e비즈니스였다.
이 회사는 사업의 특성상 외국과의 기술제휴 없이 단독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양산화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중장기 전략을 수립해 사업추진을 보다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끊임없는 연구개발을 통해 자체 기술력을 축적해 반도체 재료산업의 미래를 한 발 앞서 준비하기 위해서는 업계 선두에서 e비즈니스를 강화하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생각했다.
비즈니스를 단순한 전산화의 수준이 아닌 비전 달성을 위한 강력하고 효율적인 도구로 자리매김시키고 활용함으로써 그 성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제품의 품질 개선은 물론이며 수준 높은 정보와 빠른 서비스 제공이 필수적이었는데 이 회사가 만든 e비즈니스 전략인 ‘e전이(eTransformation)’는 이러한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가장 중요한 수단이었다.
최고의 ‘e컴퍼니’ 비전 실현을 위해 세가지 축을 설정했다. 고객을 위한 최적의 파트너, 공급사로부터 신뢰 받는 기업, 업무생산성 극대화가 그 것. B2B, B2C, B2E 영역에서 3∼4개월 단위로 인프라를 향상시키는 방식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지난 2001년까지는 ERP 구축 및 안정화로 e전이 기반을 구축하였으며 지난해부터 ‘e전이 가속화’를 목표로 포털, 중역정보시스템(EIS), 생산실행시스템(MES), BSC 등 확장 시스템을 구축해 ‘디지털 신경계 사업(DNE:Digital Nervous Enterprise)’로 나가고 있다.
이 회사의 디지털 신경계 사업은 크게 △연구개발 △제조 △마케팅 및 영업 △인적자원 관리 △지식관리 등 다섯가지 핵심 구성요소로 이뤄진다.
마케팅과 영업 부문에서 ‘e판매 포털’이라는 고객 포털을 통해 가상 워크플레이스와 ‘고객 상호연결 센터(CIC:Customer Interaction Center)라는 인프라를 제공, 고객 접점을 단일화하고 신속한 커뮤니케이션 체제를 구축했으며, 제조부문에서는 생산실행시스템(MES)과 제품정보관리시스템(PIMS)을 구축한 데 이어 현재는 선진계획시스템(APS)도 구축중이다.
또 연구개발부문에서는 프로젝트관리시스템(PMS), 기술정보센터(TIC) 구축을 통해 연구개발 관련자료의 체계적 축적 및 고객의 요구(needs)를 신속하게 반영할 수 있는 연구개발 활동 실시간 관리체계를 구축했으며 인적자원관리부문에서는 인재육성관리시스템(eTPVM) 등을 통해 회사의 비전 및 전략을 부문·팀·개인까지 재조직하고 성과관리, 인력개발, 조직구성 등의 프로세스를 온라인화해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인사관리를 통해 최고의 인재 경쟁력을 달성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지난해 이후 e세일즈 포털을 통한 온라인 매출 비중이 매 분기마다 늘면서 세계시장 개척의 새로운 수단으로 이미 자리매김했으며 매출신장 효과도 톡톡히 보고 있다.
고객 대응속도가 2.5배 향상됐으며 연구개발(R&D)역량 강화를 통해 신제품 매출 비중도 11배 늘어났고 해외 마케팅 강화를 통한 해외 매출비중이 1.8배 늘어나는 가시적인 성과를 창출했다.
최근에는 이같은 LG실트론의 e전이에 대한 성공적 추진사례를 책(새로운 전략의 중심, e트랜스포메이션. 대청미디어. 2003년)으로 발간, 경쟁력 확보를 위해 고심하고 있는 기업들에게 국내 제조업체의 e전환 모델을 제시하고 길잡이의 역할을 하고 있다.
LG실트론의 e비즈니스를 선두에서 끌어온 전략기획팀의 한 관계자는 “막상 1년에 걸친 고생 끝에 ERP를 구축하고 보니 ERP 자체가 기업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키지도, 돈을 벌어다 주지도 않는 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ERP 구축을 또 다른 출발점으로 삼고 BPR, 변화관리, 고객 중심 경영 전략을 추진하면서 본격적인 e전이 시스템 도입을 추구하게 된 것이다”며 “반도체 경기 하락이라는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e전환을 추진해 현재는 완벽한 디지털신경망시스템을 구축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손재권기자 gjack@etnews.co.kr>
◆ 인터뷰 - 정두호 사장
“이번 한국e비즈니스 대상 수상으로 성과에 대해 반신반의하며 우려의 눈길을 보냈던 회사 내외부의 따가운 시선을 한꺼번에 날린 기분입니다. 앞으로도 역량을 집중해 디지털신경망시스템으로 세계 웨이퍼 업계뿐만 아니라 반도체 장비 재료 시장에서 모범이 되겠습니다.”
정두호 LG실트론 사장은 300mm 웨이퍼 시대를 맞아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세계 선두권(현재 세계 웨이퍼 시장 8위)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기존 업체들과는 다른 무엇인가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 것이 e비즈니스였다.
“고비용 저효율로 각인된 국내 제조업의 전형적인 모습에서 탈피하고 싶었습니다. 회사는 지금 웨이퍼 가격 인하로 판매와 점유율은 매년 늘어나지만 매출과 이익이 크지 않은 현실에서 벗어나야 했습니다.”
지난 3년 동안 꾸준히 e비즈니스에 투자하고 밀어 부친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특히 2000년 IT호황 이후 e비즈니스 거품이 사라져가는 시기였을 뿐만 아니라 e비즈니스를 시도한 주변의 제조업체들도 중간에 포기하는 회사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부가가치 업종으로 탈바꿈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기업의 체질을 완전히 바꾸기 위해서는 IT를 단순한 보조 업무 도구로 삼는 것에서 벗어나 e비즈니스를 전면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3년간 꾸준히 추진해온 LG실트론의 뚝심은 이제야 조금씩 결실을 보기 시작했다. 국내 제조업체에서는 드물게 어느 한 부분이 아닌 마케팅, 영업, 생산, 구매, 재무, 인사 등 전사업 영역에서 e비즈니스를 실행, 그 모든 영역의 업무 프로세스가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디지털 신경망 시스템을 구축했다. e비즈니스를 통한 매출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정보와 지식이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벗어나 필요한 시간에 필요한 사람에게 즉시 전달되는 실시간 기업을 실현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한국은 IT인프라가 세계 최고 수준이지 않습니까. 일본 기업의 막강한 기술력과 영업력을 뛰어넘으로면 이 길밖에 없었습니다.”
정 사장은 과거 국내 대형 반도체 고객만을 상대하던 우물안 개구리에서 전 세계기업을 상대로 실시간으로 대응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기업 체제를 변모시킨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한다.
e비즈니스가 LG실트론 내부의 효율화만이 아닌 외부 고객과의 가치 공유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LG실트론이 이뤄 놓은 e비즈니스가 100% 정답을 이야기한다고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경쟁력 확보를 위해 고심하고 있는 국내 많은 기업들에게 우리의 사례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더불어 LG실트론 임직원은 이번 수상을 계기로 e비즈니스를 통한 경쟁력 강화에 더욱 매진할 것을 다짐합니다.”
<손재권기자 gjac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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