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전기·전력업계 `수출체력` 단련 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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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일 저녁 서울 잠실 롯데호텔 사파이어룸. 이날 열린 ‘서울국제종합전기기기전(SIEF)’ 개막을 축하하는 리셉션장에서 김준철 전기산업진흥회장이 환영사를 ‘영어로’ 낭독했다. 이례적인 모습이었다. 대표적 내수 기반산업인 국내 전기·전력산업의 특성상 더욱 그러했다. 특히 ‘국제’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동네잔치’에 불과했던 과거와 달리, 올해 SIEF에는 26개국에서 500여명의 바이어가 참석했다.

 국내 전기·전력업계에 새바람이 불고 있다.

 한국전력공사라는 거대 국내수요만을 바라보던 전기·전력기기 업체들이 수출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수십년 손쉬운 관수(官需) 시장에만 매달려 접대와 저가 입찰에 단련돼온 관련 업계가 신기술 개발과 해외 마케팅 강화로 기업체질 개선에 한창이다.

 ◇왜 수출인가=전기산업진흥회에 따르면 나흘간 계속된 이번 SIEF를 통해 2억달러 상당의 수출상담 성과를 거뒀다. 국내 전기·전력기기의 수출을 주도하는 대기업의 이번 전시회 참여가 미미했던 것을 고려할 때, 고무적인 성과라는 게 관련 업계의 분석이다.

 국내 중소 전기·전력업계가 뒤늦게 수출시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내수시장의 포화 때문이다. 박병일 전기산업진흥회 사업진흥실장은 “전기·전력기기의 국내 내수시장은 이미 90년대 초반 전국의 전기 보급률이 정점에 달하면서부터 내리막길을 치닫고 있다”며 “한전 수요만을 바라보는 해바라기식 마케팅으로는 더 이상 생존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의식이 관련 업계 전반에 확산되면서 IMF 이후 급감했던 관련 기기의 수출이 최근들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발전기·변압기·차단기 등 대표적인 전기·전력기기류인 중전기기의 경우 9월 현재 전년 동기대비 10.8%의 수출증가율을 기록, 올해 중전기기 수출액은 사상 처음으로 17억달러를 돌파할 전망이다. <도표 참조>

 ◇현실은 냉혹=하지만 이같은 수출이 대기업 위주의 몇몇 대상국에 한정돼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내 중전기기 수출대행 1위 업체인 대우인터내셔널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중소 전기·전력기기 업체들은 수십년간 관수시장에만 큰 힘 안들이고 접근하다보니 신제품 개발은 물론 해외 마케팅 능력까지 퇴화돼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최근 중소기업청이 발표한 ‘2003년 상반기 수출실적 상위 100대 중소기업’ 가운데 순수 전기·전력업체라 할 수 있는 기업은 중전기기 업체인 한국에이엠피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번에 100대 중소기업에 선정된 업체 대부분이 무선통신 등 IT 관련 기업으로 편중돼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전기산업 종사 업체의 사기진작과 국가산업의 균형 발전을 위해서라도 정부차원의 지원책이 절실하다는 게 관련 업계의 주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유난히 중소기업 고유업종이 많은 전기·전력산업계의 경우 수출 활성화 역시 결국은 중소기업쪽에서 먼저 풀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략적 접근 필요=전기산업진흥회는 이번 SIEF 개막에 앞서 유럽과 일본 등지에 수출촉진단을 파견했다. 또 KOTRA와의 공조를 통해 유망 바이어의 사전 섭외에도 만전을 기했다. 업체 단독으로는 해외 바이어와의 접촉조차 힘든 게 국내 전기·전력업계의 현실이다. 따라서 관련 단체와 수출전문기관의 도움을 받는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준철 전기산업진흥회장은 “변압기, 수배전반 등 국산 중전기의 경우 휴대폰 등 수입부품이 주를 이루는 주요 IT수출품목과 달리 국산화율이 80%에 달한다”며 “수출품목으로 육성하면 알짜배기 효자상품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또 “미국 등 일부 선진국의 경우 중전기 제조기반이 없어진 상태”라며 “이같은 중전기 공동화 지역를 선별, 공격적인 수출 마케팅을 펼치는 한편, 중국 등 개발도상국을 상대로는 수출과 함께 투자도 병행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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