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디지털방송에 승부수](4)디지털 전환

 다음달부터 도쿄·오사카·나고야 3개 대도시를 시작으로 실시하는 일본 지상파 디지털방송에 대해 디지털 전환의 주체인 방송사들은 각기 다른 입장을 보였다.

일본의 지상파방송사들은 공영방송사인 NHK, 후지TV·TV아사히·TBS·TV도쿄 등 도쿄의 주요 5개 민영방송사(키 5국), 나머지 100개 이상의 지역민영방송사 등 3개군으로 나뉜다. 어느 군에 포함되냐에 따라 일본 정부의 강력한 지상파TV의 디지털전환에 대해 서로 상반된 입장을 보여주고 있다.

 공영방송인 NHK는 정부의 시책에 따라 디지털방송에 대한 대대적인 대시청자 홍보전을 펼치며, 가장 적극적으로 디지털 전환을 추진중이다. 지난 3년간의 BS디지털방송에 대한 경험을 살려 국가의 디지털방송 기술을 선도하겠다는 의지로 충만된 NHK는 각종 신규 서비스와 방송·통신 융합을 적극 주도했다.

 반면 도쿄의 키 5국은 정부 정책을 따르지만 디지털방송이 당장의 실익을 가져오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 대대적인 신규투자보다는 기존 BS디지털방송의 연장선으로 디지털 전환을 바라본다.

 지역민방들의 현실은 더욱 참담하다. 2006년까지 디지털방송을 시작해야 하는 지역민방들은 영업수익 저조와 전파료 인상, 전무한 디지털방송의 경험 등으로 막대한 초기 투자비가 소요되는 디지털 전환에 미온적일 수밖에 없다.

 디지털 전환이 경영악화와 함께 프로그램의 질 저하, 신규 서비스 개발에 대한 투자 저조 등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했다. 도쿄 키 5국과의 경쟁에서 더욱 처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높다. 특히 의무사항인 고선명(HD)TV 프로그램 제작이 부담스럽다.

 도쿄 키 5국 역시 디지털 전환을 위한 대대적인 투자에 엄두를 내지 못한다. 다행히 3년간 BS 디지털방송을 실시하면서 축적한 HDTV 프로그램과 디지털장비로 겨우 한시름 놓은 상태다.

 TV도쿄의 미카미 카오루 미디어개발 부국장은 “내달 디지털방송 개시에는 큰 문제가 없으나 당장 수익창출이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지난 3년간 실시해온 BS 디지털방송도 시청률 저조로 수익이 거의 없다”고 밝힌 그는 “도쿄 키 5국외의 지역민방들은 디지털화에 큰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힘들더라도 국가의 정책 스케줄에 맞쳐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기적인 산업발전과 시청자의 권익을 위해 무리가 있더라도 정해진 정책을 따라야 한다는 의견인데,장기적으론 수익 창출을 기대하는 눈치다.

 ◆ 인터뷰 - 코니시 히로야 BS재팬 데이터방송기술본부 및 편성제작본부 부본부장

 -BS재팬은 어떤 회사인가.

 ▲BS재팬은 도쿄 키 5국중 하나인 TV도쿄가 BS 디지털방송을 위해 설립한 회사로, 지난 2000년부터 디지털방송을 실시중이다.

 -TV도쿄의 디지털방송 정책 전략 및 계획은.

 ▲TV도쿄는 지난 3년간 디지털방송 경험을 축적한 BS재팬과 연계해 디지털화를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이미 다수의 HDTV 프로그램을 확보했으며, 앞으로 새로운 프로그램도 공동으로 제작해 사용할 예정이다. 장비는 이미 순차적으로 디지털장비로 교체해 왔기 때문에 큰 부담은 없다.

 -신규 서비스 개발은 추진중인가.

 ▲신규 서비스 개발까지는 여력이 없다. 데이터방송·T코머스 등은 우리가 나서기에는 부담스러우며, 전체 산업이 발전해 인프라가 완비된다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디지털방송 준비와 관련해 공영방송인 NHK와 비교하면 어떤가.

 ▲회사 규모나 영행력 등 모든 면에서 NHK와 민방을 비교하기에는 무리다. NHK의 사업 및 정책 추진은 곧 국가의 사업 및 정책 추진이라 할 수 있다. 한 회사와 국가를 비교할 수는 없지 않는가.

 <도쿄=유병수기자 bjorn@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