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균보다 작은 \`나노로봇\`으로 난치병 치료
사진; 한국 기초과학의 산실 포항가속기연구소가 방사광을 이용한 초미세 가공기술을 활용, 마이크로머신 및 관련 부품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사진은 포항가속기연구소 전경과 방사광가속기를 이용해 초미세가공기술로 제작한 미세바늘(아래 왼쪽)과 마이크로렌즈.
인간은 전자현미경의 개발로 원자나 전자와 같은 미시세계까지 볼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보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더 작은 것을 만들기 위한 인간의 노력은 끝이 없다. 마이크로머신에 관한 연구가 바로 그것이다.
초미세 가공기술의 진전으로 우리는 머지않아 1㎜정도 직경의 초소형모터와 커터를 장착한 마이크로로봇이 혈관 속을 누비며 뇌졸중, 심근경색, 동맥경화 등의 원인인 혈전을 찾아내 간단히 제거하는 것을 경험할 것이다. 세균의 크기보다 작은 구멍으로 구성되는 세균필터를 만들 날도 머지 않았다.
마이크로(㎛) 단위의 초정밀 가공 기술과 주변 요소 기술이 빚어낸 꿈의 마이크로머신 기술은 방사광가속기의 출현으로 더욱 가속도를 내고 있다. 방사광 가속기의 등장으로 가공기술은 ㎜를 뛰어넘어 ㎛ 수준에 도달했으며, 최근엔 나노(㎚=10억분의 1m)시대를 맞고 있다.
경북 포항 효자동 포항가속기연구소(PLS)는 방사광을 응용하는 한국 기초과학의 산실이다. 방사광이란 전자를 빛의 속도(광속의 99.999997%)로 가속시킬 때 하전입자로부터 발생하는 전자파. 보통 X선보다 백 만배 이상 강도가 높고 살아있는 모기의 무릎마디 단면 형상 관찰에서부터 단백질 분자 결정구조 해석까지 기초 과학 전반에 응용된다.
PLS는 현재 X선 식각기술을 이용해 3차원 초미세 구조체를 실현하는 ‘LIGA’(LIthographie Galvanoforming Abformung)라는 공정기술을 통해 초음파 정밀센서용 세라믹구조, ‘마이크로로봇의 눈’이라는 마이크로렌즈, 동력전달에 필요한 마이크로 기어 등을 연구중이다. 이미 통증없이 체혈하거나 체내에 약품을 주입할 수 있는 100㎛(0.1㎜) 크기의 초미세바늘을 제작했다.
최근엔 마이크로머신이 21세기 미래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란 인식이 확산되면서 LG생산기술원, 전자부품연구원(KETI), 서울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전남대, 포항공대, KAIST, 서울대, 경북대 등 산·학·연이 연계, 다양한 마이크로머신 및 관련 부품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국들도 방사광 가속기를 이용해 마이크로로봇 개발을 위한 초미세 가공기술의 한계에 도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라면 나노크기의 분자기계가 금세기 초반 안에 등장, 이와 비슷한 크기의 질병균에 대항하는 백신 역할을 수행할지도 모른다”고 강조한다.
마이크로로봇과는 비교되지 않는 ‘나노로봇’이 등장한다면 박테리아나 효모균, 바이러스 등을 선택적으로 파괴할 수도 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나노로봇은 결국 새로운 바이러스를 만드는 일”이라고 말한다. 일부에선 “바이러스의 세포분열과 같이 결국 나노로봇 자신이 새로운 로봇을 제작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는 방향으로 진화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포항가속기연구소 한 연구원은 “나노로봇까지는 꽤 시간이 걸리겠지만, 마이크로 로봇의 경우 전자, 통신, 기계 분야 첨단기술의 집합체로서 수년 내지 늦어도 10년 이내에 우리 앞에 그 모습을 나타낼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전망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