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는 지난 14일 기자회견을 통해 현대그룹의 대주주로 지주회사가 되겠다고 선언하면서 수 차례 ‘순수성’을 강조했다.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상선 등의 지분을 검토한 결과 외국 자본에 너무 취약해 소버린의 SK그룹 장악 시도와 같은 사례를 방어하기 위해 매집했다는 것이다.
정종순 KCC 부회장은 “한마디로 현대그룹의 정통성을 살리기 위해 집안끼리 잘 해보겠다는 시도며 이를 적대적으로 보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KCC의 이같은 입장은 현대그룹 측이 “그룹이 없어지는 것과 같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또 지분 매입 목적이 ‘해외업체들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사실상 현대그룹의 경영권을 스스로 접수한 결과여서 논란도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벌써 그런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다. 대북 사업의 방향과 경영권에 대한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현대아산이 중심이 돼 진행해온 대북사업도 이익이 나지 않을 경우 재고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한 말을 두고 KCC가 현대상선의 대북 사업을 전면 재검토 방침이 정해졌다는 얘기가 돈다. “현정은 회장이 현대그룹 회장이 아니라고 말한 적이 없다”라는 말을 두고 현 회장을 제외한 현대상선, 현대택배 등 그룹 계열사의 사장을 모두 교체할 것이라는 소문도 흘러 나온다.
현대의 대북사업이 현대 정씨 일가의 집안일이라고 만은 할 수 없다. 정주영 전 현대 명예회장의 과업이자 정몽헌 전 회장의 투신까지 만든 현대그룹의 가장 중요하고 상징적인 ‘사업’이다. 국민들이 현대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경영권에 관심을 갖는 것은 대북사업과 현대그룹의 앞날이 단지 한 재벌가의 문제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앞으로 KCC가 한걸음씩 움직일 때마다 주가가 요동치고 온 나라가 한 그룹의 경영권의 방향이 어떻게 될 것인지 관심을 가질 것이다. KCC그룹은 기존 2조6720억원의 자산을 가진 중견기업에서 현대그룹 접수 선언으로 19개 계열사와 자산 12조 8000억원으로 재계 서열 18위로 올라섰다. 규모에 걸맞은 책임있는 행동을 해야할 때다.
<손재권기자 gjac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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