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 현대그룹 `무혈입성`

신한BNP파리바투신운용의 사모펀드를 비롯, 정상영 명예회장측의 우호지분이 50%선을 넘어섬에 따라 현대엘리베이터를 포함, 현대그룹이 사실상 정 명예회장의 직접적인 경영권 아래로 편입되게 됐다.

특히 정 명예회장과 KCC, KCC계열사의 지분만 30%를 초과, 조만간 현대그룹이 KCC그룹의 계열사로 편입될 전망이다.

KCC측은 14일 기자회견을 갖고 대주주로서 현대그룹이 재도약의 길로 나아갈수 있도록 미래를 준비해 나가겠다며 그룹에 대한 경영권 장악 의사를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그러나 사모펀드의 목적이 경영권 장악으로 드러난 만큼 규정위반 시비와 금감원의 제재 조치 등이 뒤따를 것으로 보이는데다 정 명예회장측이 `경영권 방어`라는 당초 지분 매입 목적을 번복하는 셈이어서 도덕성 논란도 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현대그룹은 계열사 편입은 `현대그룹의 정통성을 지키겠다는 기존입장을 정 명예회장 스스로 뒤집는 일`이라며 반발하고 있어 정 명예회장과 현 회장측간의 경영권 분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사모펀드의 실체에 따라 규정위반 논란 및 금감원의 제재조치 등이 뒤따를 수 있어 발표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모펀드 주체, `정명예회장 단독 = KCC는 이날 신사동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최근 BNP파리바투신운용 사모펀드를 통해 사들인 엘리베이터 지분 12.82%의 매입주체는 정 명예회장 개인이라고 발표했다.

또한 경영권 분쟁이 한창 진행되던 지난달 계열사인 고려시리카가 2개의 별도 뮤추얼 펀드를 구성해 각각 4.95%, 2.05%를, KCC가 역시 뮤추얼펀드를 통해 0.82%를 사들였다고 KCC측은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 8월 외국인 매수세를 방어하기 위해 `범현대가 9개 계열사`가 사들인 16.2%를 포함, 정 명예회장측의 우호지분은 50%를 넘게됐다.

정 명예회장(12.82%)과 KCC(9.47%), KCC 계열사(금강종합건설 1.96%, 고려시리카 7.0%) 등 범현대가의 우호지분을 뺀 순수한 정 명예회장 지분만 하더라도 31.25%로 30%를 넘어섰다.

이와 함께 정 명예회장은 개인과 KCC, 고려시리카를 통해 지난달 현대상선 지분도 3.95% 가량 추가 매입, 상선 지분율을 기존 2.98%에서 6.93%로 높였다.

KCC측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오늘을 현대그룹의 재도약을 위한 새로운 출발의 날로 삼을 것이며 대주주로서 미래를 선도하는 현대그룹으로 다시 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혀 사실상 현대그룹 `접수 의사`를 공식화했다.

그러나 사모펀드의 주식취득 목적이 경영권 확보로 드러남에 따라 5% 초과 부분에 대한 규정 위반 논란과 금감원 등의 제재 조치 등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룹의 경영권에는 직접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해온 정 명예회장이 방침을 번복, `삼촌이 조카의 그룹을 통째로 삼켰다`는 도덕적 비난도 면키 힘들 전망이다.

◆정상영측, 현대그룹 `점령했나` = 정 명예회장측의 지분 보유현황이 실체가 드러나면서 현대그룹의 KCC 계열 편입은 기정사실화된 상태다.

공정거래법상 계열편입 조건은 ▲특정 주식취득자와 그의 지배회사, 계열사의 지분이 전체 주식의 30% 이상 되면서 동시에 최대주주인 경우와 ▲임원 겸임과 인사권 행사, 채무보증 및 거래ㆍ대차 관계 등으로 지배관계가 명확히 인정되는 경우다.

정 명예회장측의 경우 위 두 가지 요건에 모두 해당된다.

정 명예회장과 KCC, KCC 계열사의 엘리베이터 지분이 30%를 넘어서며 김문희 여사(18.93%)를 제치고 명실상부한 1대주주로 등극한데다 정 명예회장측이 그동안 경영진 교체 등 대주주 권한 발동 의지를 강력히 표명해왔기 때문이다.

계열사 편입으로 현대엘리베이터가 지주회사로 거느리고 있는 상선, 택배, 아산, 증권 등 현대그룹도 자연히 KCC로 흡수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KCC그룹(자산규모 2조6천720억원)의 재계서열도 현대그룹(자산 10조1천600억원, 서열 19위)의 계열 편입으로 37위에서 18위로 급상승하게 된다.

정몽헌 회장 사후 초기 `지원군`으로 전면에 부각됐던 정 명예회장은 불과 3개월여만에 상중이었던 현대그룹을 전격 접수한 `점령군`으로서의 모습을 드러내게 된 셈이다.

KCC측은 현정은 회장을 그룹 회장이 아닌 엘리베이터 회장으로만 인정하고 그룹계열사들은 정 명예회장이 직접 나서서 챙긴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익이 나지 않는 기업을 털어버린다`는 방침 하에 장기적으로 현대아산을 따로 떼어내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그룹, 계열편입 있을 수 없다 = 현대그룹은 엘리베이터의 KCC의 이날발표에 대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현대그룹측은 정 명예회장이 가지고 있는 엘리베이터와 상선 지분이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은데 대해 적지 않게 놀라면서도 계열 편입 불가입장을 강조하며 향후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대그룹측은 현대그룹의 지주회사인 현대엘리베이터가 KCC의 계열사로 흡수되면 그룹은 사실상 없어지게 되는 셈이라며 이는 이번 지분매입이 "현대그룹의 정통성을 잇기 위한 것이라는 정 명예회장측의 주장을 스스로 뒤집는 일 밖에 되지않는다"라고 밝혔다.

특히 KCC측이 대북사업은 장기적으로 `포기` 쪽으로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진것과 관련, 현대그룹의 정통성과 정주영 명예회장의 위업 계승을 운운하면서 그의 업적 중 가장 상징적인 부분인 대북사업을 가져가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엘리베이터가 KCC 계열사로 편입되면 그동안 `그룹 회장`임을 강조해온 현정은 회장의 위치는 KCC의 일개 계열사 회장으로 `좌천`될 수 밖에 없으며 그만큼 입지도 크게 좁아지게 된다.

현대그룹측은 경영의 정통성과 고 정몽헌 회장의 유지 계승 등 명분을 내세워계속 그룹 지키기에 나선다는 계획이지만 현재로서는 이미 사실상 상황이 종료된 상태여서 뾰족한 묘안을 찾지 못한 채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현대그룹측은 조만간 공식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 연합 >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