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하나로통신에서 완전 철수

 LG그룹이 하나로통신에서 완전 철수한다. LG는 13일 오전 임시이사회를 개최, 계열사인 LG생명과학과 실트론이 보유한 하나로통신 지분 전량(1170여만주, 4%)을 매각키로 했다. 또 데이콤도 이날 콘퍼런스콜을 통해 자사가 갖고 있는 하나로통신 지분 7% 가량을 모두 팔기로 했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는 하나로통신을 축으로 그룹 통신사업 구조 재편과 도약을 시도했던 종전 LG의 전략을 완전 수정하겠다는 뜻으로 통신시장에 또 한 차례 격랑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LG 관계자는 “지난 하나로통신 주총에서 AIG-뉴브리지 컨소시엄이 경영권을 인수해 1대주주가 돼 그간의 통신사업 정책은 전면 수정이 불가피하다”면서 “더이상 하나로통신 지분을 보유할 이유가 없으며 필요하다면 제휴를 통해 사업협력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LG는 특히 하나로통신 지분 전량 처분이라는 초강수를 내세워 유무선·방송통신 등 융합서비스에서 그룹 통신사업의 활로를 새롭게 모색할 계획이다. 파워콤의 케이블망(HFC) 인프라를 적극 활용하고, 데이콤의 디지털미디어센터(DMC)·초고속인터넷 등을 기존 통신사업과 연계한다는 구상이다.

 LG 고위 관계자는 “하나로통신과 전략적 제휴는 여전히 유효하나 데이콤·파워콤·LG텔레콤 등 통신자회사들의 독자생존과 통신방송 융합사업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며 명확한 입장을 밝혔다. 이는 당초 하나로통신 중심의 그룹 통신사업 구조개편 전략이 예전처럼 다시 데이콤 위주로 회귀하는데다, 향후 통합·합병보다는 3개 통신자회사의 독자생존으로 통신사업전략이 가닥잡혔음을 시사하는 대목이어서 주목된다.

 LG의 지분매각 결정에 대해 하나로통신과 SK텔레콤은 갑작스런 초강수라며 진위 파악에 분주했다.

 하나로통신은 “2대 주주가 회사측과 아무런 상의없이 지분 전량 철수를 단행한다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조만간 LG측과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 고위 관계자는 “지분매각에 대한 사전협의가 전혀 없었다”면서 “SK텔레콤이 LG의 지분을 인수할 것이라는 주변의 시각 또한 오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LG의 진의와 향후 사태 전개방향에 대해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LG가 지분 매각 일정에 ’1년내’라는 조건을 달았다는 점에서 그룹의 통신전략 변화에 따라 상당한 ’여지’를 남겨 놓은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일부에서는 두루넷 인수 자금 마련, 카드사 자금 수요 등이 원인이라고 주장하지만 분명한 것은 아직 없다.

 또 SK텔레콤에도 눈길을 보내고 있다. 강력한 부인으로 일관하고 있지만 하나로와의 전략적 제휴가 필요한 SK텔레콤이 어느 시점에서 지분 매입에 나설 수 있다는 해석이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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