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영 KCC 명예회장, "현정은 현대EL 체제 존중"

 현대그룹 경영권 확보를 놓고 최근 정면대결 양상을 보여온 정상영 금강고려화학(KCC) 명예회장과 현정은 현대엘리베이터 회장간 지분권 타툼이 정 명예회장의 ‘현 회장 체제 존중’ 발언으로 일단 소강국면에 접어들 전망이다.

 정 명예회장측은 최근 현대그룹의 지주회사격인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40% 가량 확보, 사실상 현대그룹 인수작업을 마무리했다. 이에 현 회장측은 고 정몽헌 회장으로부터 상속절차를 마친 현대상선 주식을 장내 매각, 경영권 방어를 위한 유동성 확보에 나서면서 양측간 대립각은 더욱 날카로워졌다.

 이에 정상영 KCC 명예회장은 9일 “현정은 현대엘리베이터 회장의 현행 체제를 존중할 것이며 현 회장과 협력해 대주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정 명예회장은 이날 KCC를 통해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정 명예회장과 KCC 등 범 현대가가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취득한 것은 현대그룹의 안정적인 경영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며 “현 회장이 올바르고 투명하게 회사경영에 임한다면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며 적대적 M&A(인수합병)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씨 일가와 범현대가가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40% 가까이 확보함으로써 안정적인 경영권 행사를 위한 토대를 마련했으나 기본적으로 현대그룹의 정상적인 업무집행에 일일이 간여할 의도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그동안 이룩돼온 현대그룹의 맥을 이어감으로써 현대그룹 전 임직원과 그 가족들, 더 나아가 수많은 거래처의 고용과 생활안정에도 부응할 책임이 있다”며 “현대그룹이 앞으로도 주주이익과 국가경제 발전에 부응하는 세계적인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대주주로서의 소임을 다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KCC측은 신한BNP파리바 사모펀드가 매입한 엘리베이터 지분 12.82%에 대해 명확한 언급은 하지 않은 채 “언론에 알려진 대로 정 명예회장과 범 현대가가 함께 매입한 것으로 안다”고만 설명했다. KCC는 신한BNP파리바가 매입한 지분에 대해 당사자들이 조만간 공시를 통해 구체적인 내용을 밝힐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아직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판단한 현대엘리베이터측은 일단 관망세를 유지하며 향후 정 명예회장측 동향에 맞춰 법적 대응 등 경영권 방어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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