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나 정부 정책자료 등에서 ‘범부처 차원’이라는 말을 자주 접한다. 이 말은 ‘수출’ ‘국가경쟁력 제고’ 등 우리 사회나 산업에 필요한 대책을 부처 구분없이 다같이 힘을 합쳐 도출할 때 특히 자주 등장한다. 용어의 거룩함(?) 때문인지 ‘범부처 차원’이라는 말이 들어가면 그 다음에는 청와대가 등장하거나 정부 로드맵이 뒤따르기도 한다.
지난주 서울시내 한 식당에서는 조용히 ‘범부처 차원’의 협력을 논의하는 자리가 있었다. 참석자들도 산자부·정통부·중기청의 실무 책임자급이었다. 대단한 논의는 없었던 것 같다. 단지 맡고있는 업무에 대해 다른 부처(청)의 의견을 묻고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정도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이들의 만남에 ‘범부처 차원’이라는 말을 붙이기는 좀 미약하다. 분명 부처간 이해를 넘어서 ‘중소기업의 정보화 방안을 논의하고 IT산업의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였음에도 실무 책임자급의 만남이었기 때문에 그렇다.
하지만 이번 실무책임자급 공무원들의 만남이 갖는 의미는 결코 미약하지 않다. 산자부·정통부·중기청은 현재 분야별로 중소기업 정보화와 IT솔루션업계 활성화 정책을 모색하고 있다. 이들 정책은 부처(청)별 특성에 따라 효과적인 방법을 찾으며 진행되고 있지만 정책의 일부는 중복이라는 말을 듣고 있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이들의 만남은 어떤 ‘범부처 차원’의 행사보다 실질적인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사실상 정부의 중소기업정보화 정책은 이날 모인 6명의 손을 거쳐야만 추진될 수 있다. 즉 이날 모인 실무책임자들이 서로 각각 부처(청)의 정책과 타부처의 정책을 이해한다면 중복을 최소화하고 각각의 사업이 연계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정책이 마련될 수 있다는 것이다.
‘범부처 차원’의 진정한 협력 방안은 실무당국자간의 ‘조촐한(?) 범부처 차원’의 대화와 이해에서 출발한다. 술잔을 기울이 건, 찻잔을 기울이건, 이같은 공무원들의 만남은 바쁜 일과와 과중한 업무로 자칫 외골수에 빠질 수 있는 함정을 피하는 방법인 셈이다.
<디지털경제부=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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