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C, 모든 TV수신기에 장착 의무화
“디지털 TV신호 수신기능을 갖춘 모든 제품은 방송 프로그램의 저작권 정보를 담은 ‘방송깃발’ 인식 기능을 갖춰야 한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의 ‘방송 깃발’ 의무화 조치에 포함된 이 내용 때문에 PC 등 정보기술(IT) 업계가 울상을 짓고 있다고 C넷이 보도했다.
◇왜 문제가 되나=이번 결정으로 소비자의 디지털 콘텐츠 사용이 제한돼 디지털 기기의 판매가 줄어들고 판매 가격은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이번 결정이 장기적으로 IT산업에 대한 정부 간섭의 첫 단추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FCC는 최근 디지털TV 프로그램의 저작권 정보를 나타내고 복제 및 전송을 제한하는 일종의 코드인 ‘방송 깃발’ 인식 기능을 의무화했다. 시청자들은 프로그램을 녹화할 수 있지만 녹화한 바로 그 기기에서만 이를 재생할 수 있으며 PC나 다른 디지털 기기로의 전송은 제한된다. 디지털TV는 물론, PC·모바일 기기 등 디지털TV 신호를 수신할 수 있는 모든 기기들은 2005년 7월부터는 이 기능을 지원해야 한다.
마이클 파월 FCC 의장은 “이 조치로 저작권을 보호하고 공중파로도 우수 디지털TV 콘텐츠를 보다 많이 즐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업체 설계변경에 직면= 그러나 PC에서 디지털TV를 볼 수 있는 수신카드나 고선명(HD)TV를 하드디스크에 저장하는 장치 등을 만드는 업체들은 당장 제품의 설계를 바꿔야 할 처지다. 재설계를 해 깃발 인식 기능을 갖추면 가격이 상승하는데다 소비자 불편이 커져 판매에 타격을 입게 될 전망이다. 최근 복제방지 CD의 경우에서 보듯 복제 방지 기능이 부가된 제품은 소비자들의 환영을 받지 못했던 점도 부담이다.
미디어 기능을 통해 새 시장을 창출하려던 미국 PC업계는 “이 조치는 금지 조항이 지나치게 광범위해 PC산업을 사실상 고사시킬 것”이라고 우려한다. 가격 부담과 불편도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으로 내다봤다.
◇IT규제 강화 예고= IT업계는 이 조치가 TV수상기에 디지털 튜너 설치를 의무화한 FCC의 또다른 결정과 맞물려 IT산업에 대한 정부 규제가 강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윌 로저 미국컴퓨터통신산업협회(CCIA) 정책담당자는 “이번 결정으로 FCC는 인터넷에 대해 간섭할 수 있게 됐으며 앞으로 하드웨어, 라우터 등 다른 기기에도 간섭하려 들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가전협회(CEA)와 CCIA, 시민단체 퍼블릭놀리지 등은 FCC가 법에 정해진 권한을 넘어서 과도한 규제를 행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의회 내에서도 엔터테인먼트 업계와 IT업계를 지원하는 의원들이 갈라져 있어 앞으로 FCC 규정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할지 주목된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