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거침없는 중국이 부럽다

 최근 중국 랴오닝성의 작은 도시 판진시 당서기와 그 일행이 한국을 방문했다. 10여일의 일정 가운데 일행은 국내 한 업체로부터 기술을 도입하는 협약식을 가졌는데 다름 아닌 케이블망을 이용한 초고속 인터넷망과 양방향데이터방송에 대한 것이었다. 중국의 정보통신 강화 바람이 이 작은 도시에까지 불어서인지 서둘러 초고속망과 디지털방송을 도입하는 듯하다.

 판진시가 국내업체에 이 같은 기술이전을 요구한 것은 불과 4개월 전이지만 오는 12월에 시범서비스까지 계획하고 있다.

 초고속망과 디지털방송 분야에서는 역시 우리가 비교우위에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그러나 기술을 도입해서라도 가야할 길을 주저 없이 가고 있는 판진시와는 달리 정작 그들에게 기술을 공급하는 국내 현실을 보면 답답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디지털방송이 거론되고 준비된 시간으로 보자면 당연 우리가 중국보다 빠르고 길다. 업계도 분주히 움직여 이제는 개발된 기술을 남에게 줄 정도가 아닌가. 그럼에도 위성방송에서 일부 제공하는 디지털방송관련 서비스 외에 지상파, 케이블할 것 없이 이것저것 지리한 공방전을 펼치는 것이 현재 국내 디지털방송의 현주소다.

 주관부처의 이견, 기술표준, 자금 등 여러 문제가 얽혀 있다고 하는데 우리의 디지털방송은 과연 언제 시작하는 것인지 시청자의 한사람으로서 그저 궁금할 따름이다. 진행되는 상황을 지켜보는 업계의 목소리도 이제는 지치고, 아예 디지털방송에 대한 회의적인 반응도 있다.

 판진시는 오는 12월에 시범서비스를 시작으로 내년부터 본격적인 양방향 데이터방송서비스를 실시한다고 한다. 판진시 측의 관계자에게 기술표준은 어찌되냐 물어보니 효율적이고 빠른 서비스 도입이면 그만이라고 간단히 답한다.

 복잡한 논란 없이 필요한 서비스를 과감하게 구현하는 판진시의 행보가 한편 부럽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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