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풍향계]집단 전자상가 주5일 근무제 `후폭풍`

"여가생활 돕는 상품을 앞세워라"

 서울 구의동 테크노마트에서 가전 매장을 운영하는 김세진 사장(43)은 주5일 근무제의 여파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주말 고객은 평일 고객의 배에 달했고 매출도 상당했다. 대부분의 ‘알짜’ 고객이 주로 토요일 오후나 일요일에 방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5일 근무제가 정착되면서 방문 고객은 물론 매출도 크게 줄었다. 매장 직원도 가능한 연휴를 즐기려는 심리가 높아져 김 사장의 고민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금융권과 대기업을 중심으로 ‘주5일 근무제’가 정착되면서 용산전자단지 등 전자 집단상가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주말 고객이 눈에 띠게 줄면서 이들을 유인하기 위해 파격적인 이벤트를 열거나 레저 활동을 겨냥한 상품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또 그동안 다소 소홀했던 온라인 사업도 크게 강화하고 있다. 상인들 사이에서도 뚜렷한 특수가 없는 이상 휴무일을 조절해 휴일을 즐기려고 하는 등 상가 운영의 틀도 점차 바뀌고 있다.

 ◇상품 ‘바꿔, 바꿔’=주5일 근무제로 연휴를 즐기려는 레저 인구가 늘어나면서 상품 아이템이 점차 바뀌고 있다. 그동안 매장 한 구석에 구색 맞추기 차원에서 비치했던 PDA·내비게이션·차량용 TV 등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이들 상품을 찾는 고객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늘면서 프로젝션·PDP TV 등 영상 가전 제품도 주력 품목으로 떠올랐다. 홈시어터 등 가정 생활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 제품 수요도 꾸준히 늘고 있다. 이와 함께 가사 노동의 부담을 덜어주는 식기세척기가 상가의 필수 제품으로 자리 잡았고 생필품을 한꺼번에 보관할 수 있는 김치냉장고 수요도 크게 늘었다.

 ◇영업시간 변화=기존 휴무일이 ‘평일에서 주말로, 무휴에서 유휴로’ 방향이 바뀌는 등 상가 영업시간도 재조정되고 있다. 123전자타운은 상우회 주도로 매월 둘째와 넷째 수요일 휴무일을 일요일로 바꾸는 안을 적극 검토키로 하는 한편 겨울을 맞아 스키와 크리스마스 시즌으로 매장을 찾는 고객이 줄고 있다고 판단해 영업시간도 변경키로 했다. 전자랜드도 매월 첫째와 셋째 화요일 휴무일은 고수하지만 저녁 시간을 이용하는 고객이 늘자 영업시간을 연장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국제전자센터와 나진전자월드는 이미 일요일 휴무제가 정착됐다. 두 상가 모두 매월 첫째·셋째주 일요일을 휴무일로 정한 상태다. 대신 주요 매장은 그동안 홈페이지 수준에서 관리했던 사이트를 실시간 상거래가 가능한 전문 인터넷 쇼핑몰로 잇따라 재오픈하는 상황이다.

 ◇주말 이벤트 풍성=주5일 근무제 확산으로 주요 집단 전자상가들이 기존 전자제품 매장 뿐만 아니라 의류·잡화 매장에다 영화관·마트까지 입점시켜 ‘원스톱 쇼핑공간’으로 이미지를 바꾸고 주말 고객을 위한 이벤트나 프로모션을 강화하고 있는 것도 새로운 변화다. 주말 상가 이용 연령대가 주로 젊은층이라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전자랜드는 주말마다 대규모 이벤트를 정례화하고 있다. 지산스키장과 전자랜드 프로농구단을 이용해 겨울 스포츠의 대명사인 ‘농구와 스키’를 마케팅에 접목해 매장을 활성화하겠다는 의도다.

 테크노마트도 벼룩 장터·그림 대회 등 인근 고객과 어울릴 수 있는 주말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상가 주변에 현수막을 걸고 일일이 주변 아파트 단지에 광고를 하는 등 프로모션 방식도 바뀌고 있다. 테크노마트측은 “주5일 근무제가 점차 자리를 잡으면서 상가 상우회와 관리단 차원에서도 영업시간부터 상품 구색이나 이벤트·홍보에 이르기까지 보다 효과적인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유통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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