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전자화폐 활성화

 최근 사회·경제분야에서 가장 주목 받고 있는 용어 가운데 하나가 ‘스마트카드’나 ‘IC칩형 전자화폐’다. 이 용어는 금융·이동통신 서비스·정보기술(IT) 분야뿐만 아니라, 정부와 공공기관에서 추진하는 신규사업에도 자주 등장한다.

 이 가운데서도 IC칩형 전자화폐는 약 5년 전부터 국내에 출현했으나, 현재까지도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로는 우선 스마트카드 보급확대와 이를 인식할 수 있는 단말기 공급 비용 등 외부 시장환경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도 전자화폐 업계간 단합과 정부 차원의 지원여부가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들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이유는 관련업체간 단합 측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현재 국내에는 전자화폐 표준을 가지고 있는 비자캐시코리아, 몬덱스코리아, 에이캐시, 마이비, 금융결제원 등 5개 기업과 기관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 기업과 기관은 교통분야뿐만 아니라, 유통, 전자상거래, 모바일커머스, 의료, 민원 처리, 로열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자화폐를 확산시켜야 한다고 판단하고, 업체간의 인프라의 공유가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취지에서 그동안 민간단체인 한국전자지불포럼과 정보통신부 등이 앞장서서 공통 표준 단말기에 대한 논의를 꾸준히 진행시켜 왔다. 그러나 5개 기업과 기관이 모두 공감하는 것과는 달리, 실제로 각각의 전자화폐 업체들이 설립된 배경이나 서비스 가능 기술, 주요사업 추진 분야 등에서 각각 다른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떠한 프로젝트 수요가 생겼을 경우, 이들 모두가 한 목소리를 내기가 상당히 힘들게 돼 있는 것이다. 전자화폐 업계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눈앞의 이익에만 집착해서는 안될 것이다.

 국내 전자화폐 시장 자체가 크지 않다면 5개 기업과 기관은 물론 관련업계 전체가 생존·발전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업계가 의견 일치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 못지 않게 신규시장 창출에도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 전자화폐 시장의 특성상 새로운 수요 창출만이 시장 확대의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스마트카드 가운데 유일하게 활성화돼 있는 교통카드 시장의 경우 과당 경쟁이 오히려 전체 시장 확대를 저해하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동안 각 업체별로 전자학생증, 스마트 기프트카드, 전자의료보험증 등 다양한 신규시장 확대에 대한 노력을 기울였으나 아직까지 제대로 자리매김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업계가 힘을 합쳐 타당성과 수익성 등을 검토해 공동으로 시장을 키울 수 있는 묘책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시점에서 외국의 전자화폐사업 성공사례와 우리나라의 상황을 비교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외국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정부 차원의 지원’ 여부다. 싱가포르가 전자화폐 사용으로 인해 국가차원의 신용사회 정착에 한 발 더 나아간 것이나, 중국이 교통 범칙금을 전자화폐로 지불케 함으로써 공공기금의 투명한 관리를 보장한 것은 관련 산업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유럽 국가들이 현금관리 등에 소요되는 예산을 전자화폐로 크게 절감한 것 등은 정부의 지원의 또다른 성공사례로 꼽힌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공무원카드·의료카드 및 공공용 PC의 IC칩 카드 인식기 탑재 의무화, 전자화폐 취급점에 대해 부가가치세 면제 등 많은 정책 아이디어가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전자화폐에 대한 명확한 법 규정이나 전자화폐 사용자에 대한 소득공제 혜택 등 많은 부분에서 여전히 불투명한 부문이 많아 좀 더 적극적이고 과감한 정책 반영이 아쉽다.

 우리나라 전자화폐 산업은 유럽과 동남아 일부 국가에 비해 뒤늦게 시작했지만, 모바일 시장의 급성장에 따른 휴대폰을 이용한 지불, 충전 등의 전자화폐 시스템 및 기술력 부분은 다른 어느 국가보다 앞서고 있어 오히려 거꾸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시장을 키우기 위한 업체간 단결과 정부지원이 함께할 때, 우리나라 전자화폐산업은 해외 기술수출까지 가능할 것이다.

◆김성만 비자캐시코리아 이사 songman@visacas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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