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수주 기대 설비ㆍ장비업체선 실망
삼성전자, 하이닉스, 동부아남반도체 등 반도체 생산업체들이 기존 생산라인을 활용한 ‘리모델링 설비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금까지 천편일률적으로 진행해온 신규 생산라인(팹) 구축방식에서 벗어나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에 골몰하고 있는 것.
삼성전자는 당초 비메모리 라인인 2·3·4·5 라인을 업그레이드한다는 계획 대신 플래시메모리 양산라인인 6라인을 리모델링해 비메모리 라인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이를 통해 올 시스템LSI(비메모리) 시설투자액을 2600억원 가량 줄이겠다고 최근 기업설명회(IR)에서 밝힌 상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기존 계획안과 리모델링안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리모델링으로도 당초 계획과 비슷한 비메모리 증산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며 “6라인의 비메모리라인 전환에 따른 메모리 생산량 감소분은 12라인 등 최근 활기를 띠고 있는 300㎜ 웨이퍼 생산라인에서 만회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300㎜ 웨이퍼 설비투자 계획을 놓고 장고를 거듭하고 있는 하이닉스도 최근 200㎜ 팹을 300㎜ 팹으로 리모델링하는 계획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난에 시달려온 하이닉스로서는 이같은 리모델링 전략을 펼칠 경우 신규 팹 구축비용보다 1조원 가량을 절감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에 앞서 동부아남반도체는 올해초 1000억원 투입해 부천공장 노후라인 일부를 0.35㎛급의 이중상보성금속산화막반도체(Bi-CMOS) 라인으로 재구성, 자동차용 아날로그반도체 등을 생산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은 경기호전으로 반도체 부문의 새로운 설비투자가 필요해졌지만 소자업체들이 무조건 신규 생산라인 구축을 고수할 경우 천문학적인 비용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장비업계 한 관계자는 “리모델링 설비투자는 다소 생소한 투자방식이지만 신규 팹을 짓는 것보다 투자비용은 절반 가량 줄일 수 있지만 새로운 팹과 맞먹는 증산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시장회복에 맞춰 반도체 생산량을 빠르게 늘릴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신규 투자로 인한 대규모 수주를 기대해온 설비 및 장비업체들은 이같은 리모델링 계획이 달갑지만은 않다.
설비업체 한 관계자는 “리모델링 팹의 경우 기존 클린룸과 가스공급시스템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며 “지금까지 소자업체의 신규 투자가 발생하면 무조건 설비업체가 수혜를 본다는 공식이 깨지고 있다”고 전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