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경제전문잡지 이코노미스트가 사용하는 ‘R인덱스’라는 게 있다. 이는 신문 기사에 ‘경기침체(Recession)’라는 단어가 몇 번이나 나오는지를 세어서 경기침체 여부를 판정하는 법이다. 영국 언론이 여간해서는 ‘경기침체’라는 단어를 함부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해 이런 우회적인 경기 진단방법을 사용한 것이다. 이처럼 언론에 게재되는 단어 중에는 단순한 의사표시 수단 이상의 지표역할을 하는 경우도 많다.
요 며칠새 국내 언론에 부각되고 있는 단어중 하나가 ‘디커플링(Decouping·탈동조화)’이다. 한때 증권시장을 풍미했던 단어이지만 요즘은 원·엔화 환율변동과 관련해 많이 나온다. 그만큼 원·엔화 환율이 요동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4년간 꾸준히 ‘10 대 1’ 안팎의 비율로 궤적을 그리며 움직여온 게 사실이다. 엔·달러 환율이 1엔 오르내리면 원·달러 환율은 10원 가량 오르내리는 현상이 반복되는 동조현상을 보인 것이다. 국내 주가나 금리가 미국 시장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것처럼 환율은 엔에 거의 예속된 듯한 모습을 보인 셈이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품목이 대부분 일본제품과 경합하고 있다는 발상에서 출발했다.
그런데 지난 9월 두바이에서 열린 G7재무장관 회담이후 급속한 엔화가치 절상 폭에 원화가치 강세가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최근 일본 경제의 회복세가 뚜렷해지고 있는 반면 한국 경제는 침체가 심화되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원화가 엔화에 대해 약세를 나타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이 단어를 외환 당국자들이 공공연하게 사용하고 있다. 의도적으로 환율을 일정한 방향으로 유도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물론 원·엔 환율이 상승하면 당장 수출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기업의 체질을 약화시켜 중장기적으로 경제를 더욱 어렵게 할 수 있다. 기업들이 환율절하에 안주해 품질 개선이나 기술 개발, 구조 조정 등에 소홀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정부가 원·엔 환율과 관련한 디커플링에 관심을 갖기보다 기업 체질 변화가 곧바로 한국 경제 체질 강화로 이어질수 있도록 하는 커플링 정책에 관심을 쏟아야 한다.
윤원창 수석논설위원 wcy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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