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여행]군산 선유도

 도시인들이 섬을 동경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원하지 않아도 숱하게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살아가야 하는 도시 생활에 반해 섬은 고독해질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섬은 고독하다. 아니, 고독해 보인다. 망망대해에 오도카니 홀로 존재하는 섬. 바람과 파도에 몸을 그대로 다 내어주고, 털털한 뱃사람과 무심한 갈매기만이 벗이니 그 삶이 무척 단출할 것 같다. 고독한 섬을 꿈꾸며 군산항에서 선유도행 배에 올랐다.

 선유도는 군산 앞 바다에 점점이 떠있는 고군산군도의 중심 섬이다. 선유도를 비롯해 몇 개의 섬이 사이좋게 모여 있고, 아름다운 물빛과 길게 뻗은 모래사장으로 여름철이면 전국 곳곳에서 찾아온 피서객들로 몸살을 앓을 정도다.

 피서철도 지나고, 가을 향기가 조금씩 묻어 나는 지금, 선유도 가는 길은 생각처럼 호젓하지는 않다. 주말이기 때문인가 선유도는 여전히 인기 있는 섬이다. 문득 섬에 들어가서도 고독을 느끼지 못하면 어쩌나 염려스럽다. 밤늦게까지 떠드는 취객이나 북적거리는 군중을 섬에서 보고 싶지는 않은 까닭이다.

 염려는 일단 섬에 도착해서 하기로 하고 경쾌하게 바다를 가르는 여객선의 정취를 즐기기로 한다. 그리 크지 않지만 울렁거림은 거의 없다. 군산항이 뒤로 멀어질수록 뱃머리의 바다는 점점 열린다. 허나 시원스럽게 180도 열리지 않는 이유는 새만금 건설현장 때문이다. 바다 멀리 거무스름한 긴 선이 보이는데 수평선인가 했더니 바로 새만금의 방파제가 이루는 선이다. 새만금 사업의 찬반론을 접어두고서라도 눈에 거슬리는 모습이다.

 군산항에서 선유도까지 직항으로 갈 경우 1시간30분, 여러 섬을 거쳐갈 경우 2시간 정도 걸린다. 선착장이 가까워지자 바위로 된 망주봉을 비롯해 선유도의 비경이 하나둘 드러난다. 배 안에서 만난 섬사람 덕분에 민박집을 쉽게 구했다. 주말을 이용해 부모님을 찾아뵈러 간다는 젊은 부부와 아이 둘의 가족. 선착장에 도착하니 아이들 할아버지가 보트를 끌고 마중나와 있다. 도착하자마자 짧은 보트관광이 시작된다. 선유도는 길이 좁아 차량은 거의 없다. 땅에서는 자전거와 오토바이, 물에서는 보트가 자가용을 대신한다. 보트 자가용을 타고 민박집에 도착. 짐을 풀고 섬 여행에 나선다.

 같은 배를 타고 왔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간 건지 섬은 어느새 출발 전에 상상했던 것처럼 호젓한 모습이다. 선유도와 다리로 연결된 장자도, 대장도, 무녀도까지 네 개의 섬이 하나의 섬처럼 서로 이어져있다. 이 섬들을 다 둘러보려면 자전거를 대여해 다니는 게 좋다. 선착장 주변과 상점이 몰려있는 선유1구 마을에 대여점이 몇 군데 있다.

 선유 해수욕장에서 오른쪽 언덕길을 올라 곧장 가면 대장도로 넘어가는 선유대교가 나온다. 뭍에서 이렇게 멀리 떨어진 섬에서 이처럼 크고 높은 다리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다리 아래는 갯바위 낚시 포인트다.

 대장도와 장자도 사이에는 10미터 정도의 장자교가 놓여있다. 장자교 조금 못미친 언덕 위는 일몰 포인트로 알려져 있는데. 삼각대를 세운 아마추어 사진작가들이 이곳에서 진을 치고 기다리기도 한다. 장자도에는 마을 사람들이 신령스러워하는 할미바위가 우뚝 솟아있다.

 대장도나 장자도까지 자전거를 타고 오면 보이는 사람들이라곤 그물을 꿰매는 노인이나 양식장을 둘러보고 돌아오는 아저씨 정도가 전부다. 한가롭고, 고적하다.

 섬을 한눈에 조망하려면 봉우리로 올라가 보자. 망주봉이나 선유봉에 올라보면 섬 주변이 근사한 풍경화 한 폭으로 펼쳐진다. 망주봉은 온통 바위 덩어리라 힘들어 보이지만 마을 사람들에게 물어봐 길만 제대로 찾아내면 그리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선유봉은 망주봉 보다 훨씬 쉬운데 20여분이면 정상에 이른다. 단, 정상에서는 바위 사이로 난 좁은 길을 가야 하므로 조심할 것. 무녀도와 대장도가 옆과 뒤를 둘러 감싸고, 앞으로는 망주봉과 갈매기 날개처럼 구부러진 선유 해수욕장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들은 봉우리 오르기보다 맛조개잡이를 하는 편이 좋겠다. 맛조개잡이는 물이 빠진 갯벌에서 한다. 준비물은 호미와 담을 봉투 그리고 맛소금. 난데없이 웬 소금일까 싶은데 소금이 없으면 맛조개를 잡을 수 없다.

 갯벌에 동그란 구멍을 찾아 구멍 위에 맛소금을 솔솔 뿌리면 갯벌 속에 숨어 있던 맛조개가 머리를 내민다. 이때 잽싸게 잡은 다음 위로 살살 당기면 쏙 뽑힌다. 너무 세게 잡거나 급하게 당기면 부서지거나 끝부분이 잘리고 몸체는 다시 갯벌로 숨어 버린다.

 맛조개는 구워 먹어도 맛있고, 살짝 데쳐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좋다.

 <글·사진=김숙현 여행작가 pararang@empal.com>

◇찾아가는 길=군산여객터미널에서 선유도행 여객선을 운행하고 있다. 여객선은 10월 20일까지는 하루 3∼4회, 이후에는 2회 왕복한다. 운항시간은 물때에 따라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미리 확인해야 한다. 주말의 경우 매진되기도 하기 때문에 미리 예약하는 편이 안전하다. 운임은 편도 1만1700원. 군산여객선터미널 (063)446-7171

◇섬내 교통=대중교통편은 아예 없다. 선유도를 중심으로 장자도에서 무녀도까지 구간이 8㎞ 정도로 자전거를 대여하거나 걸어서 둘러볼 수 있다. 자전거대여료 1시간 3000원, 1일 1만5000원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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