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 me]청계천 복원 100일, 청계상가는?

 청계천 복원사업이 시작된 지 100여일. 석달이라는 짧은 기간 임에도 불구하고 청계천의 모습은 많이 달라지고 있다.

 청계 고가차도가 사라지면서 광교사거리에서 동대문까지 청계로 전체가 시원스레 모습을 드러냈다. 또 청계고가 밑에서 도로 한차선을 차지하며 손님을 기다리던 오토바이, 자전거, 짐수레가 사라졌고 점포와 마주보며 인도에 늘어서 있던 노점상들도 볼 수 없게 됐다.

 청계로를 가로질러 고가차도 바로 밑으로 상가와 상가를 이어주는 ’스카이육교’만이 옛 청계 고가의 모습을 떠올리게 할 뿐이다.

 이처럼 겉에서 보여지는 청계천은 많이 밝아졌다. 그러나 그 내면으로 들어가보면 상인들의 한숨소리가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온다.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50% 이하로 뚝 떨어진 때문이다. 복원사업을 시작한 지난 7월을 전후로 평균 30%정도 매출이 하락했으나 공사가 본격 시작된 이후 내방객은 더욱 줄었다. 자가용을 이용해 이 곳 상가를 찾을 경우 과거에 비해 두세배의 시간이 소요되며 지하철과 버스를 이용한다 해도 공사로 인한 먼지와 통행의 불편함이 생각 외로 크다.

 이로 인해 도로가 정체됐을 때 운전자들에게 물건을 파는 일명 ‘도로점거상’들이 장안동 인근에서부터 시청까지 늘어서는 새로운 풍경이 생겨났다.

 다시 가본 청계천 상가에는 떨이물건, 재고상품 판매가 어느 때보다 넘쳐나지만 상가는 예전 만큼 활기가 없었다. 청계2가 수표교 부근에서 전기자재상을 하는 이종국 사장은 “9월 매출을 뽑아보니 작년에 비해 40%밖에 되지 않았다”며 “당장의 어려움보다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가 더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장사를 포기하고 떠나는 상인은 매달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6·25전쟁 이후 미군 부대에서 흘러나온 통신기기와 통신부품, 군복 및 각종 군부대 잡동사니가 청계천 일대에서 사고 팔리면서 형성된 청계천 상가는 70년대를 전후로 절정을 이뤄 현재까지 단일상권으로는 국내 최대, 최고 상권으로 군림하고 있다. 제조와 도·소매, 제품연구와 실험, 기획까지 하나의 상권에서 모든 것이 해결되는 유일무이한 상권이기도 하다. 하지만 청계천 복원사업이라는 대역사에 밀려 본래의 모습은 서서히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곳 상인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매출감소뿐만 아니라 앞으로 청계천이 어떻게 변해 갈 것인가에 모아지고 있다.

 상인들은 복원공사 시작 전부터 영업 피해보상 및 대책마련을 놓고 거세게 반발해 왔다. 그런데 고가철거 100일이 지나도록 서울시는 재개발 및 이전 문제에 대한 구체 계획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상인들은 ‘졸속행정의 표본’이라며 서울시에 대한 비난을 그치지 않고 있다.

 또 상인들은 “복원사업을 홍보하는 과정에서 마치 상가 전체가 문을 닫는 것처럼 잘못 알려져 매출이 더욱 떨어졌다”며 그 책임이 서울시와 복원사업추진본부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상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점은 청계천 상가가 고객으로부터 잊혀져간다는 것이다. 상인들의 요구로 서울시는 홈페이지 및 홍보문건을 통해 청계천 상가가 정상영업을 하고 있다고 알리고 있으나 아직도 상가마다 “점포를 열었느냐”는 문의 전화는 계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시공업체가 인도쪽의 굴착공사를 시작하면서 새로운 마찰이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청계천상권수호대책위 관계자는 “상가와 맞 닿은 인도쪽 공사를 벌이면 영업에 직격탄을 맞게 된다. 아무런 통보나 협의 없이 인도를 파헤치는 공사는 절대 허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여전히 청계천 상가는 상인들의 분노가 언제 다시 폭발할지 모르는 휴화산같은 분위기다.

 상인들의 불만이 높아지자 서울시는 최근 복원사업단장을 회장으로 하고 상인 대표와 학계전문가 15인이 참여하는 ‘상인대책협의기구’를 만들었다. 이 기구를 통해 공사관련 상인들의 민원, 상가 이전 문제, 재개발 계획 등을 협의해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재개발 및 이전문제에 대한 구체계획안을 다음 달 중에 내놓을 계획이다.

 청계천 세운상가에서 40여년간 장사해 온 한 토박이 사장은 “탱크까지 만들 수 있다는 사람들의 말처럼 이곳에서는 희귀한 부품과 물건을 다 구할 수 있고 대기업 AS맨도 못 고치는 수입 정밀기계를 고칠 수도 있다”며 “한국은 물론 세계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독특한 상권인 청계천 상가가 서울시의 환경 개선이라는 미명아래 해체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한숨을 지었다.

 청계천 상가에 대한 아쉬움은 상인들만의 것은 아니다. 수건을 집대성한 수건전문 상가촌에서 부터 전문 필기도구까지 없는게 없는 종합 문구촌, 고문헌에서 요즘의 만화까지 망라한 중고 서점촌, 할아버지 고무신에서 아이 운동화까지 장인의 손길이 느껴지는 구두상가촌, 또 청계천에 40년 전통의 제과 제빵기계 전문 상가촌이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서울시 홈페이지에 ‘새로 태어날 청계천에 대하여’라는 글을 올린 박소연씨는 “대형할인마트와 백화점은 세계 어디에나 있고 비슷한 물건을 취급하지만 청계천 상가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우리 고유의 문화다”라며 사라져 가는 청계천 상가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났다.

 <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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