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사회가 ‘이공계 공직 진출 확대 방안’으로 술렁거리고 있다. 과학기술중심 사회 구축과 국민소득 2만달러라는 국정목표 달성 차원에서 55년 헌정 사상 초유의 공직 패러다임 전환이 예고되는 것이다. 본지는 최근 ‘공직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이공계 공직진출 확대 방안’이란 주제로 과학기술자문회의 신문주 국정과제1조정관, 김명식 중앙인사위원회 인사정보심의관,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남궁은 연구위원, 행정연구원 서원석 인적자원연구센터소장, 백만기 김&장법률사무소 변리사 등 각계 전문가들을 초청, 좌담회를 가졌다. 유성호 본지 디지털산업부장의 사회로 2시간 가량 진행된 이날 좌담회 내용을 정리한다.
△사회=지난 국과위에서 확정한 이공계 공직확대 방안은 내용면에서 상당히 파격적이란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과학기술 마인드를 갖춘 전문 행정수요가 급증, 이공계 출신이 공직에 보다 많이 진출해야 한다는 명분엔 대부분 공감하지만, 과연 제대로 실천될 수 있을 지 우려되는 게 사실입니다. 오늘 좌담회에선 이번 방안에 대한 전문가적 평가를 통해 문제는 없는지, 있다면 보완점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논의하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특채 출신으로 공직에 입문, 특허청 국장으로 은퇴하기까지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는 백만기 변리사께서 한말씀 하시지요.
△백만기(김&장법률사무소 변리사)=우리 관료사회의 현실을 감안할 때 이번 안은 역사적으로 의미가 큰 혁명적인 안입니다. 기본적으로 이번 개선안은 과거 공직시스템에 문제가 있으며 시대적으로 변화가 필요하기에 나온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즉,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견인하고 GDP가 2만달러로 올라서는 데 있어 우리의 공직 서비스가 비효율적이라는 반성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사실 공직사회도 기업이 변하듯 많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GDP 1만달러까지의 패러다임은 우리가 보유하지 않은 자원을 효율적으로 동원하는 압축성장에 있어 행정고시 기수중심의 공직운영이 장점이 많았지만, GDP 2만달러로 가기위에선 달라져야 합니다. 시장과 경제가 필요로 하는 지식을 잘 소화할 수 있는 공직자를 등용해야 합니다. 기업으로 치면 산업 발전속도가 더딘 분야는 기술보다는 재무나 관리전문가가 필요하지만, 발전속도가 빠른 분야는 다릅니다.
이런 점에서 이번 개선안은 더 이상 추가할게 없을 정도로 잘 만들었습니다. 문제는 얼마나 잘 실천하느냐겠지요. 그만큼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의 인식변화가 어렵고 힘듭니다. 가령 장관이 30명의 신임 공직자를 임용한다고 할 때 적정비율로 이공계 출신을 뽑아야 하는데 쉽지 않을 것입니다. 결국 인사권자의 마인드 전환이 가장 중요합니다. 쿼터제를 둔다고 하는데 사실 이것은 자연스러운 제도는 아닙니다. 다만 수십년간 정착된 제도를 바꾸는 과도기에는 인위적으로 장벽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겠지요.
△사회=오랜 공직 경험에서 우러나온 좋은 지적 같습니다. 이런 점에서 공직과 기업, 연구소 등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신 남궁박사님도 하실 말씀이 많으실 것 같은데요
△남궁은박사(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위원)=전 지난 6월까지 약 3년간 환경부 개방직인 상하수도국장을 역임하며 공직사회의 문제점을 실감했습니다. 직급통합, 고시통합 등 개선안의 주요 내용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기술직 쿼터제는 4급 이상이 아니라 장차관까지 기술직이 30∼40%이상 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다만 한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은 개선안의 일부는 이미 제도적으로 장치가 마련된 것이란 점입니다. 새로운 제도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마련된 제도를 실천에 옮기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개방형 임용제입니다. 사실 개방직 3∼4개를 만들면 1∼2개 자리만 민간인이 임용되고 나머지는 기존 공무원들의 몫입니다.
특히 구조적으로 신규 채용에 비해 공직자의 교육 훈련 및 육성 관리는 많이 부족합니다. 지금같은 상황아래선 기술직이 행정, 정책, 관리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스스로 성장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기술 계통 젊은 관료들의 교육훈련 기회를 더욱 넓혀야 합니다. 5급부터 커리어(경력)를 개발하고 관리 능력을 높일 수 있게 해줘야 합니다. 전략적 사고능력을 배양하고 대내외 협상능력도 키워 줘야 합니다. 싹틀 때부터 관리능력을 높여줘야 한다는 얘기지요.
제가 과거에 다국적기업 P&G에 근무했을 때와 비교하면 달라도 너무 다릅니다. 더구나 각 부처의 인사, 비서 등 총무과부터 바뀌어야 합니다. 공직사회도 이젠 단순한 인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조직원으로서의 인재를 키울 수 있도록 휴먼리소스(HR) 관리 역할을 강화해야 합니다. 신규 임용자들을 잘 관리, 육성함으로써 부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사회=개방직으로 공직 경험을 하면서 몸소 깨우친 좋은 지적이었습니다. 그런데 혹시 개방직으로 재직중 내부 공무원의 편견이나 장벽은 없었습니까?
△남궁은=전 사실 3년여간의 공직 재직기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듯이 개방직으로는 가장 성공한 케이스란 소리를 듣습니다. 하지만 사실 공직 재직중에 어려움은 많았습니다. 외부보다는 특히 내부의 견제와 시기가 컸습니다. 어떤 목표를 갖고 공직에 입문, 소신껏 정책을 실현하고 동시에 ‘국민=고객’이란 국정 과제를 펴는데 장애물이 많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장·차관의 배려와 강력한 지원 의지가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백만기=맞습니다. 사실 과거 3공화국때의 오원철 경제수석을 비롯해 민간인이 특채나 개방직위로 공직에 입문해 성공한 분들을 보면 대통령이나 정부 고위층의 전폭적인 지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민간 전문가에 대해 믿고 지원해주는 메커니즘이 없다면 민간인이 소신을 갖고 오래 공직생활을 하기 매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남궁은=다국적기업 등 선진 경영방식을 보더라도 자율적이고 합리적인 사회에선 ‘소과대공’을 중시합니다. 그러나 공직사회는 큰 공보다 작은 허물이 없는 것을 더 중시합니다. 때문에 민간인이 공직사회에 들어가면 심한 문화적 충돌을 경험하게 됩니다. 저 역시도 국가이익이나 경쟁력, 효율성 등 부푼 꿈을 안고 공직에 들어갔지만 이상과 현실간의 괴리가 매우 크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습니다.
△사회=기술직은 이공계 공직 확대에 적극 찬동하지만, 행정직은 크게 우려하고 있습니다.일부에선 너무 파격적이란 소리도 들립니다. 이번 안에 문제점은 없을까요?
△서원석박사(행정연구원 인적자원센터소장)=과기계통에서 보면 지금의 공직사회가 불합리하다는 점은 인정합니다. 단적으로 복수직만 보더라도 행정직 중심으로 임용되고 있습니다. 그런점에서 일견 이번 개선안은 좋은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구체적 내용에 들어가면 급격한 변화와 방향성에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우선 3급 이상 직급통합의 경우 어느쪽이 유리한 가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과거 기술·행정 직급분류는 기술직 보호측면이 강합니다. 이를 통합한다고 과기계통이 더 많이 임용된다고 보장하기도 어렵습니다. 결국 인사권을 활용하고 과학기술자 노력, 역량을 강화해 이공계 출신을 중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쿼터제 역시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여성 채용 목표제가 여성 임용을 늘렸듯이 과도기엔 쿼터제가 필요하다고 얘기할 수 있으나 여성할당제의 경우 단순 쿼터제가 아니라 적합한 비율의 여성인력 특채, 우수 여성의 공직유도 등 여러 요인에 의해 성공한 것입니다. 여성과 과기계는 다른 변수이지만 과연 쿼터제가 합리적인지, 전문성에 기초한 것인지 등은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쿼터제에 앞서 기술직이 필요한지, 행정직이 필요한지 철저한 직위분석을 통해 이공계 자리를 선별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3급 이상 국장급은 폭넓게 업무를 수행하는 제너널리스트입니다. 다른 국·부처간, 대민 관계가 중요한 자리지요. 이런점에서 3급 이상 고위 공무원에 대한 ‘고위공무원단’을 운영하는 미국을 벤처마킹할 필요가 있습니다. 능력이 뛰어나면 누구나 임용하는 시스템이지요. 그러나 4급은 전문성이 보다 요구되는 자리입니다. 세부적인 업무를 책임지는 자리라는 것입니다. 행정직이라고 고정된 것은 아닙니다. 행시나 행정학자들중에도 과기계 출신이 많습니다. 일반행정, 관리는 전공을 불문하고 배양가능합니다. 교육훈련을 강화해 관리 능력과 경쟁력을 높이고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중립적 입장에서 보면 현 공직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순환보직이 일반화돼 전문성을 높일 수 있는 여건이 안돼있는 것이지요. 계급제와 유사한 직렬제의 폐해 때문입니다. 그래서 궁극적으로는 직위중심제로 가야합니다.
△사회=행정 전문가다운 좋은 지적이었습니다. 이 대목에서 인사 주무부처인 중앙인사위원회에 재직중이신 김 국장님 생각은 어떠한지 궁금하군요. 김국장님은 특히 선진국 공직시스템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하신걸로 들었습니다.
△김명식(중앙인사위원회 인사정보심의관)=이번 개선안이 파격적이란 평가가 많은데 사실 그동안 우리 공직시스템은 많이 발전했습니다. 불과 10년전만해도 기술직 명칭이 5급 기좌, 6급 기사 등으로 불리었지만 이젠 행정직과 같이 사무관, 서기관, 이사관으로 불리지 않습니까? 이런점에서 지금 논의는 두번째 걸음을 내딪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것이 궁극적인 해법은 아닙니다. 현실적으로 기술직이 늘어나면 행정직이 줄어듭니다. 자칫 밥그릇 싸움으로 비춰질수 있습니다. 공직사회가 마치 족보나 호패처럼 직렬구분을 통해 계급제화된데서 생기는 문제입니다.
궁극적으로 정부의 모든 자리는 직무분석을 실시해 누가 제일 적합한지에 따라 정해져야합니다. 또 누구나 자유경쟁으로 갈 수 있어야 해결됩니다. 지금은 미봉책입니다. 직렬을 쪼개놓은 상태에서 순환보직을 실시, 전문성을 높이기는 힘듭니다. 계급제나 계층제 같은 암덩어리를 도려내지 않으면 그 문제는 끌어안고갈 수밖에 없습니다. 적재적소에 가장 적합한 인물을 뽑아야 합니다. 개방직 임용제는 일종의 실험입니다. 뽑을 때 기술, 행정 안가립니다. 그렇다고 개방직이 다 민간인을 뽑으라고 만든 것은 아닙니다. 참여정부 들어 민간인 개방직 신규 임용비율은 20%도 안됩니다.
제가 볼때는 이번 개선안은 과도기적 방안으로는 꽤나 훌륭합니다. 일종의 공직사회의 벽을 낮추는 과정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다만 개선안을 법령화하는 과정에서 철저한 직무분석을 실시해야 합니다. 특히 인사권자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인사권이 앞으론 각부 장관에 위임될 예정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그 부처에 필요한 사람을 ‘CEO’인 장관이 뽑는 것이 당연합니다.
△사회=각 분야의 전문가 얘기를 다 들은 것 같습니다. 그럼 이번엔 이공계 공직확대 방안을 마련하기위해 힘을 쏟은 신국장님의 견해를 들어볼까요.
△신문주(과학기술자문회의 국정과제2조정관)=옛부터 우리나라는 흑과 백, 찬성과 반대 등 이분법적 사고에 익숙한게 사실입니다. 학문분야도 언제부턴가 이공계와 인문사회계로 나뉘어졌으며 공직도 행정직과 기술직으로 구분됐습니다. 그러나 이같은 이분법적 사고는 다변화된 사회에서 문제가 많습니다. 공직사회도 이제는 개방형으로 가야합니다. 직렬, 직군 구분이 돼있어서는 니밥내밥식의 밥그릇 싸움을 막을 수 없습니다.
전문성 문제만해도 그렇습니다. 공직에 입문할 때 전공이 뭐가 그리 중요합니까? 공직에 필요한 관리능력은 교육과 스스로의 노력으로 얼마든지 높일 수 있습니다. 우리 국민은 누구나 ‘공무담임권’이란 헌법상의 고유 권한이 있습니다. 그런만큼 기회는 누구에게나 균등하게 주어져야 합니다. 기술직이라고 기회조차 주지 않아선 안됩니다. 하지만 오랜동안 뿌리깊게 밴 국민의식을 바꾸는데는 아마 오랜 시간이 걸릴겁니다.
△남궁은=공직이란 ‘가장 적격인(best qualified)’ 사람을 앉히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진입단계(entry level)를 통일해야 합니다. 또 각 부처별로 휴먼 리소스(HR)기능을 강화해야 합니다. 전문성과 순환보직이 문제지만 최적점을 찾아가는게 중요하겠지요. 전문성을 높이려면 책임과 권한을 높여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백만기=공직이 발전하려면 우수한 국장이 많이 나와야 합니다. 전문성과 관리력을 겸비한 ‘종합적인 전문가(generalized specialist)’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사람이 필요하지 기술직이냐 행정직이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사실 행정직 중에서도 과학기술 마인드가 높은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개선안이 기술, 행정직의 ‘땅따먹기식’으로 흘러선 곤란합니다. 그 분야에서 가장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우선 채용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고시제도에 대해서는 일정한 로드맵을 제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부안대로라면 곧 변화가 올텐데, 초중고 고시준비생에게 예측가능한 로드맵을 보여줘야 합니다.
공대의 커리큘럼도 개선해야 합니다. 기술직이 표현을 잘 못한다는 지적이 많은데 이제 시대에 맞게 공학교육도 바뀌어야 합니다. 자기 고유의 지식은 출발점에 불과합니다. 업무를 통해 행정가로서의 능력은 얼마든지 키울 수 있습니다. 개인적 노력은 필요충분조건이겠지요. 마지막으로 기술직 할당이 마치 기득권이 된다면 더 못한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남궁은=제 생각엔 과장이든 국장이든 이공계 출신의 성공모델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젊은 과학자의 얘기를 들어보면 개방직에 오고 싶어도 성공사례가 없다며 꺼려합니다.
△사회=산업체는 이공계 출신 CEO가 많은데 공직은 그렇지 못한 것은 조직원에 대한 매니지먼트가 부족하기 때문은 아닐까요.
△서원석=그렇습니다. 모든 조직이 그렇듯 공직사회도 교육훈련이 중요합니다. 국가경영의 중차대한 역할을 맡고 있는 국장급의 교육훈련비를 크게 늘려야 합니다. 교육내용도 대폭 수술해야 합니다. 장기적으로는 민간부문과의 순환근무를 늘릴 필요가 있습니다. 대학 등 민간 사정을 많이 익혀야 공직에 원할한 유대관계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업계 사정도 바닥부터 알아야 좋은 정책을 만들 수 있습니다. 교육시설도 너무 취약합니다. 역량있는 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공무원 교육투자를 크게 늘려야 합니다. 기술·행정직 모두 교육프로그램을 강화해야 합니다.
△남궁=맞아요. 선진기업을 보면 매니저 하나를 키우기 위해 과감한 교육투자를 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직급이 올라갈 때마다 교육 자체가 달라집니다. 관리자가 되기 위해서는 글쓰기에서부터 프리젠테이션기술까지 다양한 것을 배워야 합니다. 공직사회도 범부처적인 일반교육과 전문성을 높일 수 있는 차별화된 교육시스템을 정착시켜야 합니다.
△사회=역시 문제의 뿌리는 교육이란 생각이 드는군요. 사실 이번 이공계 공직 확대 방안은 행정부내에 이공계 출신을 늘리는데 그쳐서는 안된다는 생각입니다. 21세기 지식정보사회에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공계 공직 확대 못지 않게 행정직을 포함한 모든 공직자들이 과학기술 마인드를 높여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진정한 공직 패러다임 전환이 이뤄질 것입니다. 긴 시간동안 좋은 의견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정리=이중배 기자 jblee@etnews.co.kr>
◆ 주제발표 - 이공계 공직확대 효율적 집행 방안
과학기술자문회의 신문주 국정과제2조정관 shinmj@mogaha.go.kr
공직사회, 국가 관료사회는 국민의 의식과 행태를 형성해가는 정책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국가 주요 정책 결정과정에 주도적 역할을 수행한다. 그러나 우리 공직사회는 이공계 출신의 적극적인 활동이 결여돼 경제정책, 산업정책, 교육정책 등 각종 정책의 합리성과 타당성, 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런점에서 이공계 전공자 공직진출 확대 정책은 공직사회에 이공계 출신의 자리를 몇개 늘리는 차원의 일이 아니다. 국가정책 결정을 주도하는 공직 패러다임을 바꿈으로써, 즉 인문사회계와 이공계 출신을 균형있게 배치함으로써 ‘실사구시’에 입각한 정책입안 및 집행이 가능토록 하기 위함이다.
궁극적으로는 사회 전체적인 일자리 수 확대와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 등 선진국 진입의 토대를 구축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글로벌 무한경쟁 환경에서 기술혁신과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미래 성장동력을 창출, 국가의 생존과 번영을 추구하기 위해선 공직부문부터 개혁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확정한 ‘이공계 전공자 공직진출 확대 방안’에 △3급이상 행정·기술직급 구분 폐지 △2008년까지 4급이상 기술직 30% 할당 △기술·행정고시 명칭 통합 △기술직 분류체계 개편 등 파격적인 내용을 담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안은 공무원 채용제도에서 승진·전보 등 보직관리, 교육훈련제도, 공직분류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획기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번 공직 패러다임 개편은 헌정 사상 가장 큰 폭의 개혁이란 점에서 실천에 옮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공계 공직 확대 방안 마련 과정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꼭 지켜달라’는 주문이 많았다. 그동안 수 많은 이공계 또는 기술직 공무원 대책이 나왔다가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고 사라진 전례가 많았던 탓이다.
정부는 이에따라 10월말까지 각 부처가 세부 시행계획을 마련하고, 이 과정에서 과학기술자문회의가 참여해 이 방안의 취지가 퇴색되지 않도록 했다. 구체적인 세부 과제별로 일정을 제시하고, 대통령에게 지속적이고 주기적으로 보고토록 의무화했다. 그럼에도 역사적인 이공계 공직확대 정책이 성공하기 위한 다른 전제조건이 많다.
우선 중앙인사위원회와 행자부로부터 인사권과 조직권을 실질적으로 넘겨받은 각 부처 장관의 추진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각 부처의 인사 및 조직관리 업무를 주도하는 행정직 공무원들의 이해와 협조가 필요하다. 특히 대통령과 정보과학기술보좌관실의 지속적인 관심과 점검이 수반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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