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하락에 이어 유가 폭등이 국내 증시를 거칠게 할퀴고 지나갔다. 고질적인 수급 부족 상태에서 외국인 매수세에 의존하던 증시가 환율과 유가 폭등이란 그럴 듯한 핑계거리를 찾자 여지없이 무너졌다. 환율 폭락 때도 그랬지만 이번 유가 폭등에 관해서도 국내 증권사들은 투자자들이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대부분 증권사들이 OPEC의 감산 조치에도 불구하고 중장기적으로 유가가 안정 국면에 접어들 것이고 이에 따라 국내 경제 및 증시에 미치는 영향 역시 아주 제한적일 것이란 의견을 내놓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유가 폭등이 머지않아 진정세에 접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라크 유전의 빠른 복구 상황을 감안할 때 조만간 원유 공급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며 러시아 등 비OPEC 산유국들의 산출량 증가도 예견된다는 것이다. 또한 최근 환율 하락으로 유가 상승의 부정적 영향이 일정 부분 상쇄된데다 지난 98년 이후의 제조업 비중 축소로 원유 의존도가 낮아지고 있는 것도 긍정적이란 분석이다. 게다가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기준 평균 유가 예상치가 현재보다 조금 높은 28달러에 불과해 국내 증시와 경제에 큰 충격을 주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같은 증권사들의 분석을 기준으로 파악할 때 국내 증시는 환율과 유가보다는 오히려 수급 문제라는 덫에 빠져있는 것으로 보인다. 고객 예탁금의 감소, 주식형 펀드의 자금 유출 심화 등은 투자자들의 보수적인 투자 행태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제일투자증권 김승한 연구원은 “유가라는 변수보다는 지난 5개월 연속 상승후 추가적인 상승 동력을 찾지 못한 채 악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수급구조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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