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언어 `남북통일`이 먼저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지식정보사회로서 컴퓨터를 중심으로 하는 뉴미디어가 변혁의 주인공이 되어 인류문화를 급속도로 혁신시키고 있다. 컴퓨터를 비롯한 뉴미디어는 사람의 두뇌까지 확장시켜서 바야흐로 디지털시대의 대변혁을 가져왔다.

 우리나라는 현재 네티즌이 3000만명이 넘었고 각종 정보기술(IT)이 급속도로 발달하여 디지털시대의 선진대열에 서 있다. 특히 한글은 이 지구상에서 가장 정보사회에 알맞은 문자로 컴퓨터와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정보사회를 이끌어가고 있다. 한글은 가장 발달한 음소문자로서 컴퓨터 구조에 잘 어울리는 글자이다. 한글은 자음과 모음의 구별이 뚜렷하여 자판 배열에서 ‘좌자우모(左子右母)’ 즉, 왼쪽에는 자음을 배열하고 오른쪽에는 모음을 배열하여 자유롭게 문자를 조합하고 생성하는 아주 우수한 체제를 가지고 있다. 또한 ‘손전화(hand phone)’의 자판은 12개의 타건으로 되어 있는데 수많은 한자나 100글자가 넘는 일본문자로는 너무 불편하여 정보화에 큰 장애가 되고 있다.

 한글은 현대 정보사회의 컴퓨터의 조합형 원리와 완전히 일치한다. 한글은 24자를 조합하여 1만2000여개의 음절을 생성할 수 있어서 여러 가지 소리를 거의 완벽하게 표기할 수 있다. 한글은 음성인식에서도 뛰어나기 때문에 앞으로 컴퓨터에서 자판 없이 음성인식으로 입력시킬 수 있는 적합한 글자다.

 미국의 제어드 다이아몬드 교수는 한글이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글자이기 때문에 남북한이 세계에서 문맹자가 가장 적다고 극찬하는 장문의 논문을 권위 있는 과학잡지 ‘디스커버(Discover)’에 실은 바 있다. 그리고 미국의 맥콜리 교수나 독일의 삿세 교수 같은 세계적인 여러 언어학자들도 한글의 창제원리에 대하여 놀라며 그 조직성과 과학성에 대하여 최고의 찬사를 보내고 있다.

 지금 우리는 21세기 지식 기반의 정보사회에 살고 있으며 통일을 대비해야하는 민족적 과제를 가지고 있다. 이 시대정신에 맞춘, 남북한의 IT 공유와 교류는 우리 민족의 통일과 발전에 필수적인 것이다. 지금은 통일시대를 맞이하여 남북한이 공존하며 발전할 수 있는 전략 마련이 필요한 시기다. 통일시대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남북한 정보화의 균형적 발전이다. 이것이 통일의 기반이 되고 통일조국의 정보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남한의 IT가 빠르게 발전하는 데 비하여 북한은 상당히 뒤진 상태이고 컴퓨터 보급률도 낮고 인터넷 접속이 거의 안 되는 세계 유일의 나라로 아주 폐쇄적이다. 만일 이런 상태로 통일이 되면 정보통신의 기술의 차이점도 문제지만 남북한 사람들의 의식구조와 언어의 이질적 요소 때문에 상당한 문제가 생길 것으로 보는 것이다.

 남북이 분단된 이후 남북한의 언어들이 서로 다른 의미의 낱말이 생기기도 하고 이질화되기도 하여 언어 소통에 장애가 되고 정보통신용어이 혼란으로 걸림돌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가령 ‘바쁘다’라는 말은 한국에서는 ‘할 일이 많아서 분주하다’는 뜻이지만 북한에서는 ‘일이나 사정이 곤란하다’는 뜻이다.

 정보통신언어에서도 이런 일은 얼마든지 발생하고 있다. 남한과 북한에서는 물론 한국 내에서도 용어의 차이점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면, ‘bit driver’를 ‘비트구동기’라고 부르고, ‘device driver’를 ‘장치 드라이버’로 부르는 경우가 있는데, 영어 ‘driver’가 ‘구동기’와 ‘드라이버’로 각기 다른 우리말의 표제어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또 ‘chip’이 ‘직접회로’ ‘칩’ ‘소자’ 등으로 다르게 사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남북한이 통일을 위해 시급히 해결해야 할 일이 국어의 통일이고 정보통신어의 통일이며 표준화이다. 국어의 통일없이는 통일조국의 정보사회는 기대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이다.

 한국어정보학회에서는 1994년부터 6차에 걸쳐 남한과 북한, 중국, 미국 등의 학자들과 함께 중국에서 모여 국어정보 교류에 관한 학술대회 등 정보통신용어의 표준화를 위하여 협력방안 등을 모색해왔고 2004년에는 평양에서 제7차 학술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남북학자들이 모여서 컴퓨터의 용어를 비롯해 국어의 명칭과 자모 순서, 컴퓨터 자판, 기계번역, 음성인식, 한손자판, 말뭉치, 글꼴, 표준화 문제 등 여러 가지 주제를 가지고 토론하였지만 여기에서 제일 먼저 대두되는 것이 말과 글, 즉 언어 문제이었다.

 남북한의 언어가 통일되지 않고는 정보통신 용어의 통일이나 한글화 내지 표준화 문제는 한 발작도 나갈 수 없다. 그만큼 정보통신용어의 통일과 한글화, 표준화 작업은 무엇보다도 조국통일을 위하여 가장 중요한 기초 작업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최기호(상명대사범대 학장/한국어정보학회장) chkh@sangmyu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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