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 일본 등 동북아 3개국 IT장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세계 IT허브로 발돋움하기 위한 약정(arrangement)을 체결한 것은 우리의 기대를 높이기에 충분하다. 한·중·일 3국은 지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동질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유럽연합(EU)이나 북미처럼 공동협력체를 이끌어내지 못한 채 각자의 노선을 걸었던게 사실이다. 따라서 차세대 IT분야에서만이라도 15억명에 달하는 동북아 시장의 표준을 만들어내면 세계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으로 받아들여진다. 또 동북아 지역이 세계 IT허브가 된다면 우리나라는 참여정부의 공약사항이기도 한 동북아의 IT허브는 아니더라도 IT허브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IT허브의 실현이 첩첩산중임을 깨닫게 된다. 이번에 3개국이 합의한 7개 협력분야중 차세대 이동통신의 경우 중국은 4세대 이동통신 기술개발을 위해 EU·미국의 통신그룹 등과 협력을 추진하고 있고 일본도 자체 표준을 모색하는 등 각각 움직이고 있다. 현재 서비스중인 이동통신도 중국의 경우 GSM(유럽)방식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데 비해 한국은 CDMA, 일본은 독자 방식이다. 디지털TV 방송방식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는 미국식을 채택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일본은 자체 방식을 고집하고 있으며 중국은 아직까지 기술표준을 결정하지 않은 상태이다.
한국이 가장 앞서 있는 인터넷분야는 휴대인터넷 등으로 발전할 수록 이동통신 표준과 연동되는데다 우리나라의 인터넷이 세계적인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제한적인 포맷을 채택하고 있어 3국 표준을 리드하기가 쉽지않다. 스팸메일 문제는 지금도 한국내 외국계 기업의 본사에서 가급적 한국에서 보내오는 e메일을 열어보지 않을 정도로 심각성을 더하고 있지만 별다른 해결책을 찾지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 본질적으로 들어가면 한국은 IT허브 조성을 위한 기본 조건이 매우 미흡하다. 국민 대다수가 영어에 익숙하지 않은 근본적인 문제에서 부터 배타적 애국심이 발동하면 돌변하는 외국인 차별, 국내의 외국기업이 문닫고 떠나려고 까지 하는 노조문제 등 고질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얼마전 인텔이 한국에 연구개발(R&D)센터를 설립하겠다고 발표했을 때 빅 뉴스가 됐던 것도 이런 취약상을 방증한다.
그렇다고 우리나라가 IT허브의 자질이 전무한 것만도 아니다. 초고속인터넷과 통신서비스 등 IT인프라 측면에서 보면 세계 어느 국가에 비해서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메모리반도체(42%), 평판디스플레이(30%), 휴대전화(25%), TV(18%) 등 IT제품들도 뒷받침하고 있다. 광대역 통합망(BCN) 추진 등 디지털 컨버전스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려는 정부의 의지 또한 강력하다. 무엇보다 늘 새로움을 추구하려는 국민정서가 IT시장창출과 산업발전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IT허브의 조건을 차근차근 갖춰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선 과거 박정희 대통령이 재미과학자를 초빙해 연구개발에 집중할 수 있도록 경제적 안정감을 주었던 것처럼 과학기술인력을 양성하고 끌어들여야 한다. 다국적 기업의 연구소와 세계 유수의 외국 공대 유치도 중요한 수단이다. 무엇보다 IT강국이라는 명제에 집중하는 참여정부의 정책 선택이 우선돼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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