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봉화 청량사

 산사를 찾은 여행자의 이마에 땀방울이 송송 맺힌다. 숨이 턱까지 차 오르는 고통이 벌써 얼마인가. 경사가 심한 산길은 좀처럼 평지를 내보이지 않는다.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연신 깊은 호흡을 내뿜으며 앉았다 걷기를 30여분, 구름 높이에 자리잡고 있는 천년고찰을 만난다.

 오지중의 오지 경북 봉화, 봉화에서도 청량산은 산세가 험하기로 유명하다. 온통 단단한 바위로 이루어진 암산으로 산이 크지는 않지만 평지에 우뚝 솟은 형상을 갖춰 오르기가 쉽지 않다.

 의상봉을 비롯해 연화봉, 보살봉, 축융봉 등 12개의 암봉이 있고 봉우리마다 어풍대, 밀성대, 풍혈대 등 12개의 대와 그 자락에는 8개 굴과 4개의 약수터가 있어 빼어난 풍광을 자랑한다.

 그 가운데 최고봉 의상봉과 연화봉 아래에 청량사가 있다. 문수봉, 금탑봉, 연화봉, 반야봉이 보기 좋게 둘러 처진 청량사는 청량이란 그 이름 그대로 맑고 밝은 산 기운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초입의 육각 정자에서 줄곧 걸어서 올라온 이에게는 그야말로 포근하게 감싸주는 어머니 품만큼 편안하다. 육각정자에서 약 30여분, 침목 계단이 시작되면서 산사가 펼쳐진다. 오층탑이 보이고 황토벽에 너와지붕을 얹은 찻집 ‘바람이 소리를 만나면’이 맞이한다. 등산로와 법당의 갈림길에 마련된 약수를 벌컥 벌컥 들이키고서야 산사에 이르렀다는 안도감을 갖게 된다.

 그리고 주위를 돌아보면 준수한 암봉에 둘러 쌓인 산사의 풍광이 예사롭지 않음을 쉽게 깨달을 수 있다. 가파른 지형에 계단을 놓고 축대 위에 가람을 배치한 고찰의 모습에서 불사의 어려움과 그 공력을 짐작케 한다.

 청량사는 신라 문무왕 3년 663년 원효대사와 의상대사에 의해 창건되었다. 한때는 30개에 이르는 암자가 있었다고 하지만 지금은 청량사와 응진전 두 곳뿐이다. 특히 응진전은 원효대사가 머물렀던 청량사의 암자로 청량산에서 가장 경관이 뛰어나다.

 12봉우리가 연꽃잎처럼 청량사를 둘러싸고 있고 청량사는 연꽃의 수술자리에 놓여있다. 풍수지리학상 청량사는 길지중의 길지로 꼽힌다.

 청량사에는 진귀한 보물 2개가 남아있다. 공민왕이 친필로 쓴 현판 ‘유리보전’과 지불이다. 유리보전은 약사여래불을 모신 곳이라는 뜻이다. 모든 중생의 병을 치료하고 수명을 연장해준다는 약사여래불을 중심으로 그 옆으로 지장보살, 문수보살이 모셔져 있다.

 이 곳에 모셔진 약사여래불은 지불이다. 지불은 이름그대로 종이로 만든 부처로 국내에서는 유일하다.

 범종루 앞에서 등산로를 따라 오르며 어풍대를 지나 응진전에 이를 수 있다. 좁은 오솔길은 모처럼 산행의 즐거움을 더한다. 흙 냄새, 소나무 향기가 코를 진동한다. 사실 얼마만에 맡아보는 고향의 향기인가. 응진전까지는 불과 20여분, 어풍대에서는 청량사의 전경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응진전은 청량사 부속건물로서 청량사와 같은 연대에 창건되었고 원효대사가 수도를 위해 머물렀던 곳이다. 응진전 뒤로 거대한 금탑옹이 병풍처럼 둘러서 있고 그 아래로는 천길 낭떠러지, 바위가 마치 9층으로 이뤄진 금탑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또 고려말 노국공주가 16나한상을 모시고 기도 정진한 곳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또 청량산 주변에는 신라시대 최치원의 유적지로 알려진 고운대와 명필 김생이 서도를 닦던 김생굴, 금강굴, 원효굴, 의상굴 등이 들어서 있다.

 이밖에 공민왕이 피란와서 쌓았다는 청량산성, 최치원과 김생이 바둑두던 난가대, 청량폭포 등도 볼거리다.

 <글·사진=전기환 여행작가>

 ▲교통=중앙고속도로 영주IC에서 36번 국도를 따라 영주, 봉화를 지나고 유곡삼거리에서 918번 지방도를 따라 봉성, 명호를 지나면 청량산에 이를 수 있다. 명호면을 지나면서부터는 낙동강을 따라 달리게 되는데 강폭이 넓어 시야가 탁 트인다. 매표소를 지나 육각정자에 차를 세우고 걸어서 약 30여분 정도 소요된다. 청량사 문의 (054)672-1446

 ▲식사=청량산 도립공원에서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은 매표소 초입의 청량산식당(054-673-2560)이나 그루터기식당(054-673-5450)을 이용하면 된다. 공원 내에서는 산성식당에서 식사와 민박을 청할 수 있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