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예년같으면 ‘추석 대목’에 한껏 부풀어 있을 상인들은 경기침체로 울상이다. 고향을 찾아가는 귀성객들의 주머니도 가볍기는 마찬가지.
이번 추석은 그러나 주머니는 가볍지만 주말을 포함해 이어지는 5일간의 연휴로 마음만은 여유로워져 예년과 다른 새로운 풍속도가 그려질 전망이다.
우선 이번 추석에는 차례를 지내러 고향을 찾는 형태부터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예년 같으면 연휴기간이 짧아 차례를 지내고 나면 서둘러 돌아와야 했다. 하지만 올해는 주말까지 겹쳐 추석 이후에도 3일이나 휴일이 계속되기 때문에 서둘러 귀성길에 오를 필요가 없어졌다. 자연히 귀성객들이 분산돼 한층 여유로운 고향길이 예상된다.
추석 때 치러야할 가장 중요한 행사는 당연히 ‘차례’와 ‘성묘’. 햅쌀과 햇과일을 준비해 정성스레 차례음식을 장만해 조상을 모시고 조상의 묘를 찾아 기리는 일이다.
그러나 요즘들어서는 차례를 지내는 문화도 많이 달라지고 있다. 차례상을 대신 봐주는 서비스가 속속 등장, 힘들게 다리품을 팔고 손품을 팔아 음식을 만들기보다는 간편하게 주문하는 것으로 모든 준비를 마치는 가정이 늘고 있다. 명절만 되면 ‘아이고 죽었구나’하던 주부들로서는 손이 크게 덜어진 셈이다.
더구나 올해는 긴 휴일을 이용해 장거리 여행을 떠나려는 이들이 적지 않다. 물론 추석날 아침에는 차례를 지낸다. 콘도나 호텔 등 여행지의 숙소에서 제공하는 차례상 차림 서비스를 이용하면 되기 때문이다. 몇 년 전부터 고향을 찾는 대신 여행을 하거나 휴가를 즐기는 이들이 늘어났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조상에 대한 죄스러운 감정이 항상 자리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여행지에서도 차례를 지낼수 있게 됐으니 그런 죄송한 마음도 어느 정도 덜 수 있게 됐다.
서울 시내에 있는 호텔 가운데도 호텔 객실은 물론 각 가정에 차례상 음식을 배달해 주는 상품을 마련해 조만간 조상님을 호텔로 모시는 풍경도 그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터넷 인구가 늘어나면서 조상의 묘를 직접 찾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 조상의 생전 모습을 담은 영정과 동영상을 보며 추모의 뜻을 기리는 사이버 성묘도 등장했다. 서울시 시설관리공단에서 운영하는 사이버 추모의 집과 자유로 청아공원, 해인사 미타원 등 납골당에 조상을 모신 후손들은 이들 시설에서 제공하는 사이버성묘가 고맙기 이를 데 없다.
‘윷놀이’로 대표되던 추석 놀이문화도 바뀌고 있다. 요즘 들어서는 명절에 가족끼리 둘러앉아 ‘고스톱’을 치는 모습이 뜸하다. 인터넷이 워낙 발달하다보니 이제는 ‘고스톱’도 함께 PC방을 찾아 인터넷에서 해결한다. 자녀와 함께 또는 오랫만에 만난 사촌형제들과 PC앞에 둘러앉아 한판 대결을 펼치는 모습은 자주 볼 수 있는 추석 놀이문화다. 특히 온라인게임을 즐기는 대학생들은 이번 추석연휴를 최근 개강하면서 손을 놓았던 온라인게임에 다시 몰두할 수 있는 ‘열렙 찬스’로 기대하고 있다.
‘노래방’도 명절 때면 온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최고의 놀이공간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이나 친지들과 즐겁게 노래를 부르며 한데 어울리기에는 ‘노래방’이 그만이다. 서울이 고향이거나 이런 저런 이유로 고향을 찾지 못하게 됐다면 한산한 도심의 정취를 느껴보는 것도 멋진 추석을 보내기가 될 수 있다. 경복궁이나 덕수궁 등 고궁은 물론 롯데월드·서울랜드· 에버랜드·한국민속촌·63빌딩 등 도심 근교의 놀이공원들이 이들을 위해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해 놓고 있기 때문이다. 고향은 못가도 마음만은 즐겁게 휴일을 보낼 수 있게 된 셈이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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