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공정공시

 박광선 논설위원

 

 공정공시제도가 우리 증시에 도입된 것은 지난해 11월이다.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상장·등록기업의 주요 정보를 기관뿐 아니라 소액의 개인 투자자에게도 알리기 위한 조치였다. 이를 통해 특수관계인의 내부정보 악용을 막고 투자자를 보호한다는 목적도 분명했다. 공정공시 의무를 한 차례 위반하면 일반공시 1회 위반으로 간주되며 여섯 번 위반하면 시장에서 퇴출된다.

 그러나 주요 경영정보의 사전유출이라는 우리 기업의 고질병은 여전한 것 같다. 증시에 떠도는 말(호재·악재) 10개 가운데 거래소는 7개, 코스닥은 9개가 사실인 것으로 확인됐으니 두 말하면 뭐 하겠는가.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공정공시제도를 도입했는데도 경영정보의 사전유출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것은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닌 듯싶다. 정보력이 떨어지는 개인 투자자들은 항상 뒷북만 치다가 돈을 날려 버리는 악순환이 계속 될 수밖에 없다.

 루머가 난무하는 증시에서는 이를 선별할 수 있는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기관투자가나 외국인 투자자들은 자체 네트워크와 분석시스템을 통해 루머를 걸러내지만 정보력이 취약한 개인 투자자들은 루머에 쉽게 현혹될 수 있다. 또 자금력이 막대한 기관 투자가·외국인 투자자들처럼 포트폴리오를 통해 위험을 분산시키기도 어렵다. 그래서 한 번 잘못 디딘 발을 쉽게 떼지 못하는 게 개인 투자자들이다.

 증시에 올라와 있는 기업들도 주가가 떨어질 만한 정보에 대해서는 쉬쉬한다. 주가가 올라갈 만한 재료도 경우에 따라 벽장 속에 숨겨놓는다. 주가에 영향력을 발휘하는 기관이나 외국인 투자자가 냄새를 맡고 물어오면 그제야 마지못해 확인해줄 정도다. 언론보도 등으로 공개된 정보는 이미 투자정보로서의 가치를 상실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개미군단은 수만 많았지 알짜정보에서는 소외되기 일쑤다. 그래서 더욱 공정공시제도가 증시 참여자간 정보의 형평성 제고와 내부자 거래 예방 등의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면 그 결과는 뻔하다.

 ks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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