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런터용 전자칩 사용 소비자 의혹

엡손코리아-세이코엡손,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나

 프린터용 전자칩 문제와 관련한 개운치 못한 행동으로 엡손코리아와 일본 세이코엡슨의 도덕성에 대한 비난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5월 엡손코리아(대표 히라이데 슌지)는 자사 프린터 소모품에 사용되는 전자칩이 리필 잉크를 방지하기 위한 기술적 장치라는 소비자들의 의혹이 들끓고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가 시작되자 공식해명 자료를 통해 “프린터가 고장나지 않도록 한 장치일 뿐 리필잉크 사용을 방해한 게 아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근거로 엡손코리아측은 “만약 리필잉크를 방해하기 위한 수단이었다면 특허권을 확보하거나 리필잉크 업체들이 같은 칩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제약을 가했을 텐데 우린 그런 행동을 취한 바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같은 사실은 일본 본사가 직접 확인해 준 내용”이라고 덧붙였다. 본지 5월 16일자 22면 참조

 그러나 확인 결과 본사인 일본 세이코엡슨은 몇 년 전부터 국내에서 카트리지와 전자칩에 대한 특허권 확보에 들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본지가 확인한 것만 해도 지난 95년 이후 세이코엡슨은 국내에 총 4건을 등록 완료했으며 이중 1건은 전자칩인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의 전자칩에 대한 특허등록은 지난 2월에 이루어졌다.

 지난 2월 12일 특허권자가 일본 세이코엡슨으로 돼 있는 내용(등록번호 10-0373553)에는 잉크카트리지 구조, 잉크공급 장치, 잉크의 외부노출 방지 장치, 그리고 전자칩인 메모리 디바이스에 관한 사항이 포함돼 있다.

 이같은 사실이 밝혀지자 엡손코리아가 이 사실을 알면서도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지속적으로 재기된 전자칩에 대한 소비자 의혹과 이와 더불어 지난 4월 시작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로 인한 비난여론을 의식해 특허 등록 사실에 대해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모른척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엡손코리아측은 “절대 우리도 모르는 사실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엡손코리아에서 특허업무를 담당하는 관계자와 소모품 담당자는 모두 “특허가 등록돼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지난 5월에 왜 뻔히 보이는 거짓말을 했겠느냐”고 항변하며 “정말 우리도 모르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 관계자는 “당시 발표내용은 일본 본사에서 직접 전달받은 내용이었기 때문에 그대로 믿었으며 이를 국내에서 해명했던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엡손코리아의 이같은 해명은 의혹만 부추길 뿐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게 대부분 관계자들의 말이다. 본사인 세이코엡슨이든, 아니면 엡손코리아든 둘 중 한곳에서는 분명히 거짓말을 했기 때문이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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