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계 숙원사업 예산에 발목

 ‘과학기술중심사회 구축’과 ‘청소년 이공계 기피현상 해소’ 차원에서 과학기술인을 위한 다양한 사기진작 정책이 수립 또는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과기계의 숙원사업이 예산에 발목이 잡혀 진통을 겪고 있다.

 과학기술계 종사자의 생활안정과 노후보장을 위해 적극 추진되고 있는 ‘과학기술인공제회’를 비롯해 ‘정부출연연 연합대학원’ 등 과기계 숙원사업이 잇따라 사업 첫해인 내년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제반 후속사업 추진에 차질을 빚고 있다. 

 지난해 국회 과정위 소속 국회의원 공동발의로 법적 근거(과학기술공제회법)를 마련하고 지난 6월 사단법인(대표 이승구 전 과기부 차관) 설립허가를 받아 본격 출범 준비에 바쁜 공제회의 경우 현재 내년도 정부지원금 200억원은 물론 공제회 기본 운영비(11억원)조차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공제회는 당초 회원 부담금과 출연금 외에 ‘과학기술진흥기금’을 활용한 정부 보조금으로 재원을 마련, 과학기술인에 대한 연금 및 퇴직급여, 각종 복리·후생시설 운영사업 등을 추진할 계획이었으나 예산당국이 예산편성에 난색을 표명, 초기 시드머니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출연연구기관 소속 연구원의 사기진작을 위해 22개 출연연이 공동 추진중인 연합대학원도 내년 3월 개교를 앞두고 있으나 상황은 마찬가지다. 현재 강의실 확보, 모집정원 및 교과과정 등 기본적인 골격은 갖췄으나 정작 최소한의 학교운영에 필요한 예산(14억5500만원 신청)에 대해 예산처가 지원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기획예산처측은 이에 대해 “공제회의 경우 경찰·군인·소방 등 유사 공제회 출범 당시와 비교할 때 형평성에 맞지 않으며, 연합대학원의 경우는 원래 해당 (22개) 출연연의 출연금으로 운영하는 것으로 기획돼 예산배정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출연연들이 운영비를 갹출, 조달하라는 것이다.

 정명세 연합대학원설립추진위원장은 “아직 학교 운영비를 확보하지 못해 총장 선임, 행정인력 채용 등 제반 작업 추진에 애로를 겪고 있다”며 “출연연이 학교 운영비를 분담할 경우 교과과정 편성 등 향후 독립적 운영에 어려움이 예상되며, 특히 출연연들이 현재 내년 예산확보조차 어려운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과기계에선 “내년 경기전망이 불투명하고 세수확보가 쉽지 않으며, 특히 ‘차세대 성장동력 발굴사업’ 추진 등으로 전체적인 예산편성이 만만치 않은 것은 이해가 간다”면서도 “그러나 참여정부가 ‘제2의 과학기술입국’과 ‘과학기술중심사회 구축’을 위해 과학기술계 사기진작을 여러차례 강조했다는 점에서 일부 숙원사업만이라도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편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20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국가과학기술위원회를 마친 뒤 가진 출연연 연구원들과의 대화에서 “앞으로 과학기술인을 우대하는 풍조가 마련, 과학기술인 전성시대를 열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본지 8월21일자 2면 참조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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