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오! 브라더스`의 이범수

 오랜 시간 조연으로 머물러 온 이범수(33)가 최근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몽정기’ ‘싱글즈’ 등에 출연해 연기력을 인정받음은 물론 흥행면에서도 주가를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이정재와 함께 출연한 ‘오!브라더스’에서 조로증에 걸린 12살 꼬마로 변신해 아이다운 천진함과 외모에서 풍기는(?) 조숙함을 동시에 보여준다.

“어린아이의 마음을 가지고 연기에 임했고 제 안에 있는 순수함과 천진난만함을 끄집어 내려고 노력했습니다. 아이들의 산만함이나 부잡스러움은 애들 특유의 높은 톤으로 표현했고요.”

 영화속 이범수는 외모는 30대를 훌쩍 넘어 보이지만 나이는 12살인 소년 봉구다. 어려서 가족을 떠난 뒤 혼자 살아가던 상우(이정재)의 이복동생이기도 하다. 상우는 불륜현장을 촬영하거나 미수금을 받아내는 해결사로 아버지에 대한 분노를 갖고 있다. 둘은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만나 점차 형제애를 찾아간다. 처음 만난 봉구는 한밤중 공포영화 ‘처키’ 비디오를 크게 웃으며 즐겨보는 등 엽기적인 행동을 하며 상우를 놀라게 하지만 ‘배꼽이 닮았다’며 상우를 따른다.

 상우는 봉구의 섬찟하고 엽기적인 행동을 이용해 악질 채무자에게서 쉽게 돈을 받아낸다. 어느날 아버지의 결혼 반대로 집을 나간 농아 여동생을 찾아달라는 의뢰가 들어오고 이들을 찾아내는 과정에서 상우와 봉구는 서로의 따뜻한 마음을 알게 된다.

 봉구 역은 어른의 몸에 아이의 마음을 지니고 있어야 하는 만큼 결코 쉽지 않은 캐릭터다. 김용화 감독은 시놉시스 단계에서부터 봉구 역에 이범수를 생각했다고 말할 정도로 그에 대한 깊은 신뢰를 보여줬다.

 이범수와 이정재는 지난 98년 ‘태양은 없다’에서 조연과 주연으로 처음 만났다. 당시 톱스타와 조연 배우였던 이들의 관계가 5년후 대등한 관계로 바뀌면서 감독을 비롯한 주변에서는 이들이 신경전을 벌이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다.

이에 대해 이범수는 “촬영기간 내내 너무나 즐거웠고 100일간의 여정이 행복했다”면서 “이정재라는 좋은 배우를 가까이서 보고 친숙해진 것이 이 영화를 통해 얻은 개인적인 소득”이라고 말했다. 또 “촬영 내내 애정을 갖고 서로 조언을 주고 받는 소중한 경험을 했다”고도 했다.

이정재 역시 “내가 맡은 상우 역에 적합한 배우는 여러명이 떠올랐지만 내가 봉구 역을 맡는다면 이범수씨처럼 잘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며 이범수를 치켜세우기도 했다.

 90년 ‘그래 가끔 하늘을 보자’를 통해 스크린에 데뷔한 이후 올해 데뷔 14년째를 맞는 이범수는 “영화는 인간을 연구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며 “영화를 통해 다양한 인간의 모습을 표현하고, 내가 표현하는 것을 보는 사람과 진솔하게 대화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연기론을 피력하기도 했다.

‘오!브라더스’는 형제중 한 사람이 결코 사회적으로 평범하지 않다는 점에서 영화 ‘레인맨’을 떠올리게 한다. ‘레인맨’이 많은 영화팬들에게 감동을 준 영화로 기억되듯 ‘오!브라더스’가 웃기면서도 눈물을 주는 영화로 오랫동안 기억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개봉예정일은 9월 5일이다.

 <전경원기자 kwj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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