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매각 입찰
‘두루넷, 새주인 찾을 수 있을까.’
하나로가 독자생존으로 가닥을 잡아가면서 오는 25일로 예정된 두루넷 매각입찰에 업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두루넷의 처리 여부에 따라 통신서비스 시장의 윤곽이 그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두루넷의 매각입찰이 다가오고 있지만 매각성사 여부는 여전히 안개속이다.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하나로통신과 데이콤 모두 겉모습으로는 자금사정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입찰은 유찰될 확률이 높을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매각성공의 관건은=두루넷 매각성공의 핵심은 ‘가격‘에 달려 있다. 두루넷은 이번 입찰에서 최대한 좋은 조건으로 팔리기를 희망한다.
두루넷 관계자는 “매각가격에 대해서는 입찰참가자들이 제시한 가격과 이행계획을 자체 기준으로 판단해 결정하는 것이라 확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법원이 판단한 두루넷의 존속가치가 6000억∼7000억원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두루넷측은 최소한 이 수준의 가격을 기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문제는 입찰참여자가 6000억∼7000억원에 근접한 수치를 써낼지가 입찰여부의 관건이다. 하지만 하나로통신과 데이콤 모두 부채가 2조원에 이를 뿐 아니라 현금상황이 양호하지 않아 이만한 금액을 써낼지 의문시 되면서 이번 입찰이 순조롭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나로통신과 데이콤, ‘문제없다’=입찰의향서를 제출한 하나로통신과 데이콤 모두 두루넷 입찰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양사 모두 두루넷 인수가 자사의 경쟁력 강화에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하나로통신은 윤창번 전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을 신임사장으로 받아들인 후 두루넷 인수를 더욱 강하게 추진중이다.
윤창번 사장은 “실제 자금집행은 10월말 이후에 이뤄지기 때문에 그 전에 외자유치 등 증자과정을 거치게 되면 문제없으며 또 주요주주들과 협의해 ‘보증’(assurance)을 받으면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데이콤도 두루넷 입찰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데이콤 관계자는 “7월에 2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발행에 성공했고 현재 데이콤 보유 통신망을 파워콤에 매각하려 하기 때문에 자금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확정되지 않았지만 데이콤망의 매각대금이 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파워콤 인수자금도 내년 말까지 지급하기로 돼 있어 두루넷 인수를 위한 ‘총알’은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과연 매각 성공할까=양사의 이러한 주장에도 불구하고 성공을 기대하기에는 이르다. 하나로통신의 중장기 자금에 대해 아직 결정된 것이 하나도 없다. 당초 오는 25일 이전에 확약받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던 외자유치 등 증자의 문제가 9월 이사회로 연기됐다.
데이콤의 경우도 LG그룹이 통신사업에 대해 열의를 보이고 하나로통신 경영권 확보를 위해 수천억원의 자금이 필요한 상황에서 두루넷에 돈을 쏟아부을 수 있겠냐는 지적이 있다.
양사가 자금사정을 이유로 저가로 입찰에 참여할 경우 두루넷 입찰은 유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럴 경우 제3자의 참여가 불가피, KT의 참여 여론도 다시 불거질 전망이다. KT의 두루넷 인수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인 독과점에 대한 논란도 별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두루넷의 대주주인 삼보측은 대리인을 통해 공정거래위원회에 KT가 두루넷을 인수하는 것이 공정거래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에 대해 질의해 놓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유권해석에 따라 KT가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시장정체를 겪고 있는 KT도 내심 두루넷의 인수를 원하고 있다. 더구나 초고속인터넷시장에서 케이블방송사업자(SO)들의 성장세가 생각보다 두드러지고 있는 데 따라 두루넷 인수를 통해 확고한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통신업계에서는 “통신서비스시장의 불안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하나로통신과 두루넷의 문제가 하루빨리 가닥을 잡아가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정통부의 개입과 함께 인수할 여력이 있는 제3의 업체 참여가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정통부 관계자는 “일단 참여의향서를 낸 업체들의 자금사정이 안좋은 게 사실이지만 두루넷 입찰을 그렇게 비관적으로는 안본다”며 “이미 적정가격이 결정돼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시장논리에 의해서 수순대로 풀려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두루넷 입찰은 통신업계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가늠자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남은 기간동안 더욱 관심을 끌 전망이다.
<김규태기자 star@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