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물류기업 폐쇄성 심각

점유율 등 순위 드러나면 악영향 크다

 한국에 진출한 다국적 물류기업들의 기업폐쇄성이 도마에 올랐다. 이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듯 매출액과 취급물량 규모 등 기업경영 내역을 숨긴 채 외부 공개를 꺼리고 있다.

 이런 기업으로는 국내 특송시장 점유율 1위로 알려진 DHL코리아와 세계시장 1위인 페덱스를 비롯, 올들어 시장점유율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UPS코리아와 TNT코리아 등 이른바 4대 다국적 물류업체들이다.

 다국적기업들이 실적공개를 꺼리는 이유로 내세우는 것은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본사 방침’이고 또 하나는 업체마다 취급상품이 달라 실적이 공개될 경우 단순비교로 기업서열이 가려지는 위험성 때문이다.

 페덱스 한국법인 마케팅 담당자는 “올초 본사로부터 한국서 발생한 물량 및 매출을 외부로 공개하지 말라는 지침이 있었다”고 말했다. 한 관계자는 “서류와 비서류, 인바운드와 아웃바운드 등에서 회사별 매출 주력 상품군이 다르고 매출 산정방법도 달라 물량 통계 및 매출 비교 자체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진짜 이유는 다르다. 다국적 기업들은 실제로 각사 모두 취급실적과 이를 토대로 나타나는 시장점유율 순위에 상당히 민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가령 포천지 조사에서 세계시장 1, 2위를 다투는 페덱스와 UPS는 국내에서만큼은 유럽에 거점을 둔 세계 4위 DHL에 밀려 2, 3위에 랭크되고 있다. 세계시장에서의 위치와 국내시장의 점유율 차이가 크다는 점에서, 또 국내시장에서의 순위가 각 기업활동에 긍정적인 영향보다는 부정적인 영향이 크다는 자체 분석에서 이 같은 폐쇄성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4사가 대체로 인정하는 시장점유율은 DHL 40∼45%, 페덱스 17∼20%, UPS와 TNT가 각각 15∼18%다. 최근 UPS와 TNT가 내놓은 지난해 매출 및 물량을 기준으로 각사 매출을 추정해보면 DHL코리아 1800억원 내외, 페덱스 800여억원, UPS와 TNT가 700억원선 가량으로 집계된다.

 국내 물류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시장에서 발생하는 물량이 얼마나 되고 시장규모와 성장성은 어느 정도인지 업체마다 궁금해하면서도 자사 물량이나 매출 공개는 극구 피하는 이중성을 보여준다”며 “4사가 공동으로 기준을 정해 시장상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나름의 기준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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