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방송 융합서비스 정책의 주도권을 놓고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는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가 방송법 개정안에 포함된 방송사업자 허가권과 별정방송사업자 지위 등을 놓고 팽팽히 맞서면서 올 하반기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됐던 신규 디지털방송 서비스가 지연될 것 같다니 걱정이다. 통신·방송 융합서비스가 해당산업은 물론 한국경제에 미치는 엄청난 파급효과를 감안하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양측의 주장을 조율하고,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사업 등 통신·방송 융합서비스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처음으로 머리를 맞댄 양측의 공식 실무정책협의회가 아무런 성과없이 마무리됐다는 것이다. 양측의 입장 조율은커녕 지상파 DMB 서비스 문제로 팽팽히 맞서면서 신규 디지털 방송 정책과 사업자 인허가권 등 핵심 쟁점은 논의조차 못했다니 두말할 나위가 없다.
물론 방송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이전투구를 벌여야 하는 정통부와 방송위의 입장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올 하반기부터 속속 등장할 것으로 보이는 지상파 DMB, 디지털미디어센터(DMC), 방송사 허가권, 데이터방송 사업자에 대한 정책 주도권의 향방에 따라 부처의 사활이 가름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렇다고 방송·통신 융합서비스 관련 정책을 뒤로 미루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오는 2004년부터 2013년까지 424조원의 생산 유발효과, 152조원의 부가가치 유발효과, 110만명의 고용 유발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되는 방송·통신 융합서비스 및 디지털 방송산업이야말로 참여정부가 가장 강력하게 추진해야 할 차세대 성장동력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발표한 ‘디지털방송 산업의 경제적 효과’에 따르면 디지털TV 등 방송기기 수출은 오는 2007년까지 455억달러, 디지털방송으로 인한 국내 방송서비스 시장은 올해 4조8000억원에서 2007년 7조6000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디지털기기의 세계시장 규모는 TV가 올해 690만대(109억달러)에서 2007년 504만대(509억달러)로, 셋톱박스는 5820만대(133억달러)에서 1억3400만대(158억달러)로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내수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올해 110만대(2조3000억원)이던 TV는 375만대(4조9000억원)로, 75만대(2200억원)이던 셋톱박스는 115만대(1800억원)로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한마디로 지상파 DMB, 위성DMB, 데이터방송, 주문형비디오 등 방송·통신 융합과 디지털 기술에 한국경제호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우리가 별정 방송사업자 대한 규제 권한을 놓고 서로 자신이 맡아야 한다고 티격태격하면서 세월만 보내고 있는 정통부와 방송위를 질타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신규 서비스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적인 틀을 서둘러 마련하지 않으면 국제경쟁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DMB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방송법 개정안과 연계해 포괄적으로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차일피일 미뤄서 될 일은 아니다. 밥 그릇 다툼보다는 무엇이 국익에 우선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때다. 방송통신 융합서비스 관련 정책이 미뤄지고 초기 서비스에 혼란을 주는 우를 더 이상은 범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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