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오필름 대표 이경규

 “우스운 영화가 아닌 좋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 영화계에 돌아왔습니다.”

 코미디언이자 이오필름 사장인 이경규씨(43)가 영화 제작에 나선다. 그가 흥행참패를 경험한 ‘복수혈전’에 이어 장장 12년 만에 재도전하는 영화는 ‘우리가 몰랐던 세상(가제)’.

 영화의 스토리는 간첩으로 남파돼 귀순한 실존 인물의 증언을 토대로 했다. 오는 25일 시나리오 작업이 마무리되면 펀딩·캐스팅 과정을 거쳐 10월 중순께 크랭크인할 예정이다.

 “사상과 이념이 무너진 이 시대에 간첩이라는 직업을 통해 두 체제의 아픔을 사실성있게 그려보고 싶습니다. 남파간첩이라는 게 남북한 두 사회를 동시에 지켜볼 수 있는 위치인 만큼 그들이 느끼는 인간적인 갈등에 포인트를 맞출 생각입니다. ”

 그는 그간 제작된 간첩 소재의 작품이 흥행에 실패한 이유를 현실과는 동떨어진 간첩 묘사에서 찾고 있다. 기존 영화에 등장한 남파간첩이 억센 북한말을 사용한다거나 김정일의 딸이 남파된다거나 한국 사정을 모르는 실수를 저지르는 등 비현실적인 설정으로 그만큼 ‘리얼리티’가 떨어졌다는 얘기다.

 그래서 그는 영화의 사실성을 높이기 위해 시나리오 작가인 이만희씨, 실제 남파 경험을 지닌 공작원과 강원도에서 사흘 동안 생활하며 증언을 들었다. 당시 남파공작원이 들려준 얘기는 너무도 기이하고 독특해 도저히 영화로 만들지 않고는 못배겼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이들을 이 영화의 고증작업에 참여시킬 계획이다.

 “북한에서 간첩이 되면 남들과 다른 인생을 살게 돼죠. ‘김일성정치군사대학’에서 6년간 남한의 노래와 사투리, 지리를 배우고 룸싸롱·퇴폐 이발소 등 남한의 저급문화까지 교육받습니다. 그렇지만 남한이 빨리 변화하는 바람에 이들은 남한에서 또다른 문화 충돌을 겪게 되죠.”

 이 영화를 대하는 이 사장의 각오는 남다르다. 12년 전 영화에 실패하고 방송을 통해 여전히 그 멍에를 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이번에는 자신의 욕심을 버리는 데서 출발했다. ‘복수혈전’ 제작 때 영화 감독·주연·시나리오까지 모두 도맡아 한 게 실패의 원인으로 분석된 만큼 이번에는 연출만 맡는 것으로 욕심을 줄였다.

 시나리오는 영화 ‘약속’ ‘와일드 카드’, 연극 ‘불 좀 꺼주세요’ ‘용띠 위의 개띠’의 작가 이만희씨가 썼다. ‘실연클럽’의 오덕제와 ‘지옥의 링’의 장영일 감독이 조연출로 참여하고, 안성기와 박중훈이 서로 펀치를 날리는 명장면을 연출한 ‘인정사정 볼것 없다’의 송행기 촬영감독도 스태프로 참여한다. 그들은 내로라하는 영화계의 베테랑이다.

 이 사장은 “내 목표는 환갑까지 계속 영화 제작과 방송활동을 병행하는 것”이라며 “흥행에 실패해도 좋은 작품을 만든 연출가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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