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아침부터 세계를 강타한 블래스터 웜으로 마이크로소프트(MS)를 원망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 마디로 “제품에 하자가 너무 많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MS의 대답은 언제나 같다. 한 마디로 “하자가 없는 소프트웨어는 없고 우리는 이에 대한 보수작업을 꾸준히 하고 있다”는 반박이다. 언뜻 MS의 주장은 맞는 말처럼 들린다. MS는 취약점이 발견될 때마다 발빠르게 보안 패치파일을 만들어 인터넷을 통해 배포한다. 과연 이것으로 MS는 면죄부를 받을 수 있을까.
대답은 ‘No’다. 여기에는 적극성이 빠져있다. MS가 “오라클이나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고객 지원도 우리와 마찬가지인데 왜 MS에만 주홍글씨를 새기려 하는가”라고 항변할 수 있지만 이는 고객의 수준을 고려하지 않는 오판이다.
윈도나 오피스 등 MS 제품 사용자는 대부분 여전히 컴퓨터를 어려워하는 평범한 사람이다. 이것이 서버나 네트워크 운영자가 고객인 오라클이나 선마이크로시스템스와 달리 MS의 적극성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아무리 인터넷이 대중화됐더라도 국내 컴퓨터 사용자 가운데 절대 다수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고는 보안 패치파일을 설치할 수 없다.
지난 3월 6일 한국MS는 인터넷대란 이후 보안대책을 발표하면서 “보안 패치파일을 일방적으로 배포하던 방식을 개선해 고객 컴퓨터의 해당 시기 보안상황을 점검하고 그에 맞는 보안 패치파일을 자동으로 설치하도록 만드는 서비스를 4월부터 무료로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물론 아직 이 서비스를 받은 고객은 한 명도 없다. 이에 대해 한국MS 측은 “본사 차원에서 조치를 마련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시기는 지사 차원에서 답변하기 힘든 내용”이라는 입장이다.
MS는 세계 IT업계의 거인이다. 컴퓨터 사용자라면 대부분 MS 제품 중 한 가지는 갖고 있다. 여기서 벌어들이는 수익은 천문학적이다. 과거 유럽의 귀족이 전쟁터에 나가 최선봉에 서서 싸운 결과로 얻은 말이 ‘노블리스 오블리제’다. 사용자 컴퓨터의 보안을 위해 선봉에 서는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지금 MS에 필요하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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