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독재자 등뒤엔 그들이 있었다

 ◇히틀러의 뜻대로 귀도 크놉 지음 울력 펴냄 

 올해 우리는 또 한번의 전쟁을 경험했다. 전쟁의 참화로 무고한 생명을 잃었고 또 그들의 삶의 토대는 잿더미로 변했다. ‘부시의 전쟁’으로 불린 이번 전쟁은 미 행정부 내 매파 정치인들, 특히 체니·럼스펠드·월포위츠 같은 강경파들이 주도했다고 한다. 미국이라는 세계 최강대국의 권력의 정점에 있는 부시의 의도대로 그들은 야만적인 전쟁을 수행한 셈이다.

 그들은 침공에 대한 명분을 얻기 위해 정보 조작까지 서슴지 않았고 새로운 군사 전략으로 신속하게 전쟁을 수행했다. 부시에게 그들이 없었다면 또 그들에게 부시가 없었다면 이 전쟁은 제대로 수행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러한 관계는 무수히 많겠지만 히틀러와 자주 빗대어지던 부시를 생각하면 아무래도 이러한 야만적인 관계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는 히틀러와 그의 조력자들이 아닐까 싶다.

 ‘히틀러의 조력자들’이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은 전쟁과 학살을 통해 히틀러가 세계 정복을 수행하도록 도운 괴벨스·괴링·히믈러·헤스·슈페어·되니츠 등 6명의 인물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들은 평범한 가문 출신으로 히틀러를 만나기 전까지는 평범한 독일인의 삶을 살았다. 하지만 그들은 초라한 소수정당의 연설가 히틀러를 연방수상이 되도록 도왔으며 히틀러의 뜻대로 전쟁을 수행했고 또 학살을 자행했다. 그리고 전쟁 막바지에는 패배를 지연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히틀러를 추종해 그에게 충성하고 야만적 전쟁을 수행하며 유태인 학살을 자행했을까. 무엇 때문에.

 이 책은 바로 이러한 심리적 측면에 근거해 그들의 삶과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들의 행위는 인간의 이성으로는 차마 상상할 수 없는 끔찍한 것이며 비합리적이고 맹목적인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그러한 행위를 수행했으며 또 지금도 다른 이들에게 의해 그러한 일이 자행되고 있다.

 저자는 “평범한 사람들이 어떻게 범죄자가 될 수 있는지 생각해 보는 것도 중요하다. 무엇이 인간을 비인간적으로 만드는가. 그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은 인간이 늑대가 되는 것을 막아보려 함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 전후 세대에게는 아우슈비츠에 대한 책임이 없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망각하지 않고 외면하지 않으며 그 사실을 기억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책에는 여섯 명의 히틀러의 조력자들이 등장한다. 히틀러를 홍보하고 전파하는 데 앞장섰으며 유태인 학살의 최종 해결책을 주장했던 홍보의 귀재 ‘괴벨스’, 히틀러 정권의 2인자로서 개인의 치부와 안락한 삶을 위해 히틀러에게 충성했던 약물 중독자 ‘괴링’, 정권의 유지와 수용소 학살을 주도했던 히틀러의 주구 ‘히믈러’, 히틀러의 대리인으로서 잃어버린 히틀러의 총애를 되찾기 위해 영국으로의 무모한 비행을 감행한 미스터리한 인물 ‘헤스’, 히틀러의 건축가이자 군수장관으로서 전쟁을 지속시키기 위해 애썼던 ‘슈페어’, 그리고 마지막으로 처칠을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으나 히틀러에 대한 맹목적 충성심 때문에 수많은 부하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되니츠’.

 이 6명의 인물들이 어떻게 히틀러에게 충성하고 히틀러는 이들을 어떻게 이용해 권력을 유지하고 전쟁과 학살을 통해 세계 정복을 꿈꾸었는가. 이런 측면에서 이 책은 흥미로운 읽을 거리를 제공한다.

 또 한가지 관심있게 볼 내용은 히틀러와 이들의 관계가 무조건적인 신뢰와 충성으로 맺어진 것이라는 점. 히틀러는 이들을 서로 경쟁케 함으로써 충성을 유도했고, 패전이 임박했을 때 괴링과 히믈러, 슈페어는 히틀러를 배반했다. 권력을 매개로 결합된 이들의 인간관계를 살펴보는 것도 흥미롭다.

 한편 이 책에는 70여장의 사진 자료와 증언들이 따로 편집돼 있다. 히틀러의 비서, 수용소 생존자 등 다양한 증언 자료들만으로도 이들 6명의 조력자들과 히틀러의 ‘제3국’의 실체에 접근할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왜 자꾸 부시와 그의 조력자들이 떠오르는 것일까. 왜? 456쪽. 1만7000원

 <김종윤기자 jykim@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