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기기 탑재 확산 예견"

플래시메모리시장 평정 앞둔 황창규 삼성전자 사장

 “메모리야말로 고부가가치 사업입니다. 주위를 둘러보십시오. 메모리가 들어가지 않는 IT·전자 제품이 얼마나 있습니까. 여기에 대용량 메모리를 필요로 하는 3세대 휴대폰, 게임기, 디지털카메라, USB 플래시 드라이버 등 신개념 디바이스들이 속속 출현하면서 메모리는 새로운 전성시대를 맞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메모리 신성장론’입니다.”

 황창규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사장(51)은 PC시장 포화로 인해 메모리 시장이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는 주위의 우려에 대해 다시 쐐기를 박았다. 메모리를 필요하는 새로운 수요처, 특히 모바일 기기 시장이 발굴되면서 새로운 기회가 도래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황 사장은 이 같은 견해를 사업부장을 맡은 2000년부터 줄곧 펼쳐 왔다.

 최근 황 사장이 대내외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바로 그의 주장이 시장에서 검증되고 있기 때문이다. 황 사장은 인텔과 AMD·후지쯔 등에 눌려 만년 하위권에 머물 것으로 생각했던 플래시메모리사업을 지난해 전년 대비 190%라는 경이적인 성장세로 업계 순위를 8위에서 2위로 끌어올렸다. 올해도 낸드형 메모리는 30∼40% 이상의 가격 폭등에도 품귀현상이 벌어지는 등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새로 진출한 노어형 시장에서는 세계 최대의 휴대폰 제조업체 노키아를 경쟁사인 인텔을 제치고 주고객으로 삼았다. 노키아는 세계 휴대폰시장의 35%를 점유하는 초대형 업체인 만큼 이번 장기 공급계약은 삼성이 D램에 이어 플래시메모리시장에서도 1위를 노려볼 수 있는 초석이 되고 있다.

 황 사장은 이에 대해 “시장의 흐름을 미리 예측하고 경쟁사보다 한발 앞서 종합적인 솔루션을 고객에게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노키아와의 계약도 3년에 걸친 끈질긴 노력의 결과물로 단순히 노어형 제품 공급만이 아니라 저전력 D램, 낸드 메모리, S램 등 메모리 토털 솔루션 제공과 향후 시장 방향성까지 공유하는 포괄적인 비즈니스 협약을 맺은 것이라고 귀띔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X박스,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2 등 신개념 메모리시장을 삼성이 독식하다시피하고 있는 것도 시장을 먼저 보고 준비했기 때문이다. 메모리가 고부가가치 사업이 될 수 있는 배경이다.

 황 사장은 1년에 130일을 해외에서 보낸다. 고객방문이나 기업설명회(IR) 등 공식적 행사 이외에도 세계적인 IT CEO나 석학들을 만나 미래 시장을 보는 식견을 쌓는데 많은 시간을 투입한다. 이 과정에서 생각이 난 아이디어와 정보들은 그때 그때 메모리사업부 임직원들에게 전화나 e메일로 전달하는 터에 사내에서는 ‘24시간 근무하는 CEO’라는 별명이 붙었다. 스콧 맥닐리 선마이크로시스템스 회장이나 구타라기 겐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 사장 등이 요즘은 그의 지식의 벗이 되고 있다.

 평소 임직원들에게 “유목민처럼 일하라”고 강조하는 황 사장. IT사업 특성상 부단히 변신하고 안주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다.

 “삼성전자를 메모리 중심의 세계 최고의 반도체회사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는 황 사장. 열린 생각, 공격적 추진력으로 삼성이 반도체사업에서 선도력을 잃지 않도록 항상 깨어있는 IT CEO가 되겠다고 한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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