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냉방부하를 관리하기 위한 방안으로 그동안 소비자들이 선택적으로 사용해온 에어컨의 원격제어 기능을 의무화하는 방안이 관계 부처를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어 주목된다.
17일 산업자원부와 한국전력에 따르면 여름철 냉방부하의 최대요인인 에어컨의 사용을 강제 제어하기 위한 ‘원격제어 에어컨의 제조 및 사용에 관한 법률(가칭)’의 제·개정이 실무부서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격제어 에어컨이란 무선통신을 통해 전원을 원격으로 차단·공급할 수 있는 수신제어장치가 부착된 에어컨을 일컫는다. 한국전력은 전기사용이 최고조에 달하는 피크기때 전력수요를 인위적으로 조정하기 위해 지난 99년부터 원격제어 에어컨 보급 사업을 시행, 에어컨 소비전력 ㎾당 14만원의 보조금을 정부의 전력산업기반기금에서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이 사업의 시행에 강제성이 없고 소비자나 제조업체 모두에 별다른 이점이 없어 원격제어 에어컨 확산에 도움이 못되고 있다. 특히 최근 가정용을 중심으로 에어컨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여름철 냉방부하는 에너지정책당국의 최대 골칫거리 중 하나. 실제로 지난해 우리나라의 에어컨 보급대수는 996만대로 10년 전인 지난 92년에 비해 4배나 늘었다. 표 참조
특히 가정용 에어컨의 보급률이 크게 늘고 있어 대형 업소용으로 국한돼 있는 현행 지원책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산자부는 에어컨 사용을 피크기때만 10∼20분 강제 차단하는 것만으로도 300∼400만㎾의 전력이 절감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원자력 발전소 3∼4기를 새로 짓는 것과 맞먹는 효과다.
이에 산자부는 원격제어 에어컨의 의무화를 위한 법률 제·개정을 위해 오는 9월께 입법취지 부합과 경제성 등에 관한 용역을 의뢰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이견이 없는 한 전기사업법 등 관련 법의 개정 여부가 연내 결정될 전망이다. 따라서 타당성 검토용역 결과가 나오는 대로 공청회와 입법절차 등을 거쳐 이르면 내년부터 본격적인 의무화 조치가 발효될 것으로 보인다.
박천율 산자부 전력산업과장은 “몇 해 전에도 비슷한 정책을 추진하다 여론 악화 등으로 무산된 바 있다”며 “충분한 정책적 판단기준을 갖고 다양한 전력수급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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