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옵션(주식매입선택권) 제도는 1920년대 미국에서 처음 소개됐지만 한참 후 실리콘밸리 벤처기업들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만개했다. 1세대 벤처기업인 HP가 스톡옵션을 도입한 것도 30년을 훨씬 넘긴1957년이다. HP는 스톡옵션 제도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이사회(Lew Platt‘s Staff)가 구성하는 별도의 위원회와 사내 기구(The Stock Option Commitee)를 설치, 회사의 장기 인센티브 계획이나 보상의 유형 및 조건 등 스톡옵션과 관련한 모든 업무를 관장토록 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MS는 초창기 직원들에게 주당 1달러로 스톡옵션을 나눠줬는데 지난 82년 상장 첫날 주가가 25.75달러를 기록한 후 5번에 걸친 주식분할로 수천명에 달하는 백만장자를 탄생시켰다. 하이테크 벤처기업들의 전성기였던 지난 95년 이후에는 수많은 샐러리맨이 백만장자 대열에 합류, 스톡옵션의 백미를 이뤘다. 우리나라는 지난 97년 3월 증권거래법 개정을 통해 스톡옵션 제도를 도입한 후 3년여동안 몇십억원대의 부자를 양산했다.
스톡옵션은 자본력이 부족한 벤처기업에 우수한 인재확보의 기회를 제공하고 기업의 경영성과를 높이는 수단이 됐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에 이은 전문경영인 육성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그런 스톡옵션이 월가의 도마 위에 올랐다. 앨런 그린스펀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까지 나서 “스톡옵션은 기업의 비용으로 계상돼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스톡옵션이 비용으로 계상되지 않아 회사의 이익이 실제보다 부풀려짐으로써 회계부정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침내 MS가 이를 폐지하기로 결정한데 이어 선마이크로시스템스가 폐지여부를 놓고 내홍을 겪는 등 파장이 일고 있다. 찬성과 반대로 나눠져 대립할 조짐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이러한 소용돌이에서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어제의 약이 오늘의 독으로 둔갑한 스톡옵션의 운명이 풍전등화처럼 위태로워 보인다.
이윤재 논설위원 yj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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