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서둘러야할 동북아중심국가

 지난 2일 노무현 대통령은 참여정부 출범 100일을 맞아 과학기술중심 사회 구축과 동북아 허브 등 동북아중심 경제국가 구축을 재천명한 바 있다. 지난 정부에 이어 이번 정부로 이어진 이 과제는 기본적으로 물류와 금융을 혁신해 우리나라를 중국·일본 등 동북아의 비즈니스 중심 국가로 거듭나게 하겠다는 것이 골자였다. 이를 위해 경제자유구역(특구) 조성을 통해 입주기업에 대한 세제혜택과 함께 노동·교육·의료 등 분야에서 규제완화를 통해 소위 기업하기 편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특히 오늘날 산업은 정보기술(IT)이 핵심을 이루고 있어 동북아 중심국가 건설은 IT기업체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과 크게 다름이 없다.

 외국의 대기업체들이 국내에 생산시설이나 연구개발 시설에 투자를 하면 그것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적지 않다. 일례로 인텔과 같은 세계적인 반도체 업체 하나만 유치하더라도 유무형의 경제적 효과는 막대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동북아 중심국가 건설에 대한 IT산업계의 기대는 그 어느 부문보다 크다.

그러나 작금의 상황을 보면 우리의 동북아중심국가 건설은 요원하게만 느껴진다. 법, 제도정비 수준이나 사회 분위기가 영 아니다. 다음달부터 경제자유특구법이 시행될 예정이지만 그것을 추진할 기획단 구성조차도 원활치 못하다. 또 노동계는 집단적인 파업에 이어 경제자유구역 내에 파견근로자 허용 문제와 월차휴가제 폐지 등을 주장하며 관련 법규의 폐지까지 주장하고 있는데도 정부는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시일이 갈수록 외국 기업들이 우리나라를 향하기는커녕 등을 돌리고 있으며 심지어 국내 기업체들도 외국으로 나가겠다고 스스럼없이 공언한다. 정부의 규제와 단호하지 못한 노사정책이 그렇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동북아중심국가 건설 계획은 모두 20년이 소요되는 장기 프로젝트로서 앞으로도 무려 18년이나 남긴 했다. 그렇지만 상하이나 홍콩 등 다른 지역도 동북아 중심으로 거듭나기 위해 벌써부터 심혈을 기울여 왔다. 따라서 그것을 서서히 추진하다가는 경쟁국에 주도권을 빼앗길 가능성이 없지 않다.

 우리의 동북아 중심 경제는 막대한 자금을 들여 항만이나 물류센터 등 하드웨어를 잘 갖춰 놓는다고 해서 이루어지기는 어렵다. 중국 푸둥의 예처럼 정부가 기업하기 좋은 시설과 여건을 구축하더라도 소프트웨어적인 분위기 제도 등이 뒷받침되지 않았기 때문에 외국 기업들이 기대했던 것만큼 몰려들지 않았다.

 우리가 선진국의 기술을 흡수할 수 있는 구심체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일관성 있는 노동정책으로 기업체들이 안심하고 기업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가야 한다. 세계경제포럼의 2002년 세계 경쟁력 조사 결과에서 보듯 우리나라는 분석 대상 80개국 가운데 비즈니스 환경이 23위에 불과했으며 특히 노사협조는 55위로 나타난 점은 정부가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다음달 7일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위해 중국을 방문할 계획이다. 이는 동북아 경제 중심국가 건설의 기본이 되는 것으로 필요한 일이다. 그렇지만 이제는 우리나라가 그것에 그치지 않고 첨단기술의 연구개발, 첨단제품의 생산 기지로서 동북아에서 중심이 될 수 있는 국제 분업체계를 구체적으로 갖출 수 있는 분위기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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