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도서관의 컴퓨터에 어린이들의 포르노 사이트 접속을 막기 위한 필터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것은 합헌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미국 법원이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 속에서도 인터넷 음란물에 대한 접근차단의 필요성을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23일(현지시각) 공공 컴퓨터에 음란사이트 접속차단 소프트웨어를 설치하지 않는 도서관에 대해 연방 지원기금을 박탈할 수 있도록 한 ‘어린이 인터넷 보호법(CIPA:Children’s Internet Protection Act)’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6대 3으로 판결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도서관들은 음란사이트 접속차단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인터넷망 및 전자도서관 구축을 위한 지원금을 포기해야 한다.
CIPA는 지난 2000년 통과됐으나 표현의 자유 옹호론자들과 전미도서관연합(ALA)측이 이 법안에 대해 “성인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어린이들을 성병·암·가족계획 등 적절한 성 정보로부터 차단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지난 5월 CIPA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위헌판결을 내렸지만 이번에 뒤집혔다.
대법원은 “건전한 사이트에 필터 프로그램 때문에 접근할 수 없다면 도서관 직원에게 도움을 청하면 된다”며 차단 프로그램으로 인해 필요한 정보에 접근할 수 없게 되리란 우려를 일축했다.
전자프런티어재단(EFE) 등 표현의 자유 옹호론자들은 “대법원 판결로 성인 및 어린이 도서관 이용자와 웹사이트 제작자들의 표현의 자유가 침해됐다”며 비판했다. 반면 의회와 필터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대법원 판결을 환영했다. 미 의회는 지난 96년 이후 CIPA를 포함, 인터넷 음란물로부터 어린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입법을 3차례 시도했으나 사이트 운영자 규제에 초점을 맞췄던 첫 2개의 법률은 대법원의 반대로 시행이 무산됐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
어린이 인터넷 보호법(CIPA) 관련 주요 일지
2000.12 의회, CIPA 통과. 음란사이트 접속차단 프로그램 설치 도서관에 지원금 주도록 규정.
2001.3 미국시민자유연합(American Civil Liberties Union), 전미도서관연합(ALA), 위헌소송 제기
2002.5 연방법원 특별심사단, “필터 소프트웨어가 건전한 정보를 차단하거나 음란 사이트를 차단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며 CIPA 위헌 판결
2003.6 미 연방대법원, CIPA 합헌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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