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는 3만여개 부품으로 조합된 집합체다. 이는 완성차의 기술 수준이 부품 기술의 수준에 좌우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세계 최대의 부품업체인 델파이는 스스로 신차 개발계획과 설계를 하며 이를 완성차업체에 제안한다. 부품업체가 주도하는 자동차 만들기는 이미 시작됐다.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 세계 완성차업체들은 부품 기술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글로벌 네트워킹 및 아웃소싱 등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자동차의 개념이 단순한 이동수단에서 문화생활을 즐기고 업무까지 볼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어 가면서 첨단 부품에 대한 수요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들도 이같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선진기술 습득은 물론 첨단 모듈부품의 설계와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부품업체들은 부품 및 모듈공수를 축소하고 모듈 단위로 품질을 보증하는 첨단 모듈 부품의 설계와 개발을 동시에 수행, 완성차의 개발기간을 단축시키는 역할을 한다. 여기서 모듈부품은 전자장치를 이용한 첨단장비가 대부분이다.
한국자동차산업학회 윤재석 고문은 “완성차업체의 기술 확보를 위해서는 기존의 메카니컬한 부품업체 및 전기·전자업체 등과 공동 개발체제 구축이 시급한 과제”라며 “완성차업체 독자적인 기술개발만으로는 글로벌 경쟁시대에 추가적 사업기회를 창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근들어 자동차 기능 진화는 기계기술의 진화에 멈추지 않고 자동차를 단순 기계공학에서 전자공학, 재료공학, 정보공학, 통신공학 등 광범위한 공학분야의 집대성으로 바꾸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부품업계의 기술개발과 더불어 최근 주목받고 있는 분야가 자동차 산업의 IT 컨설팅이다. IT가 단순히 사무의 전산화만이 아닌 설계·생산·판매에까지 큰 영향을 미치는 시대라는 것이 그 배경이다.
이에 따라 자동차 산업 서플라이망 전반에 걸친 IT화 작업에는 전문기업들의 노하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자본력이 있는 완성차들은 필요에 의해 IT를 도입하지만 영세한 수만개의 부품업체들은 그럴 처지가 못된다는 점에서 이들에게 향후 적은 비용으로 생산공정과 납품을 지원할 수 있는 IT시스템 보급이 절실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 IT컨설팅업체인 아이콜스 문정식 사장은 “신기술 개발이 자동차산업의 당면과제라면 IT시스템 정비는 이를 위한 선행과제라는 인식이 서서히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명승욱기자 swmay@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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