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LG·삼성의 방휼지쟁(蚌鷸之爭)

◆박영하기자 yhpark@etnews.co.kr

 고사성어에 방휼지쟁(蚌鷸之爭)이란 말이 있다. 조개와 도요새가 서로를 물고 놓아주지 않자 지나가던 어부가 이 둘을 다 잡아갔다는 어부지리 얘기다. 요즘 삼성과 LG간에 벌어지고 있는 일을 보면 이 고사성어가 떠오른다.

 표면적으로는 LG가 먼저 공격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 LG필립스LCD의 구본준 사장이 지난달 일본에서 열린 디스플레이 전시회 ‘EDEX2003’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삼성전자를 2차대전 당시의 패전국 일본에 비유했던 것. 이달들어서는 LG IBM이 노트북 광고를 하면서 ‘넌센스’를 들고 나와 삼성전자에 또 직격탄을 날렸다.

 물론 LG 측에서는 이 부문에 대해 ‘의도하지 않은 것’이고 ‘삼성을 겨냥하지 않은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보는 이들로서는 당연히 삼성을 빗댄 것이라고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어쩔 수 없이 삼성은 또 한방 먹은 셈이다.

 불과 한달 사이에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LG와 삼성은 감정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더욱이 22일 프랑스 원자력위원회 산하 연구소인 CEA가 삼성전자를 TFT LCD 광시야각(VA) 특허침해 혐의로 미국 주연방법원에 제소함으로써 감정의 골이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자사를 제소한 CEA가 LG필립스LCD와 연관이 매우 깊다고 보는 듯하다.

 이에 대해 LG필립스LCD 측은 자사가 이번 제소에 관여했다는 어떤 증거도 없다며, 왜 삼성이 배후로 LG필립스LCD를 지목하는지 의아해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혹시라도 남에게 의심받을 일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LG필립스LCD가 이번 제소건에 관여가 돼 있든, 돼 있지 않든 그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시기적으로 오해를 살 만하다는 것이다.

 LG와 삼성의 이같은 감정싸움은 이쯤에서 끝내야 한다. 자칫 양사가 감정싸움을 벌이는 틈에 선진 1위 기업을 따라잡는 일이 허사로 돌아가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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