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방송법은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을 수용하기에 역부족이고 부처간 갈등을 초래하는 등 많은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따라서 방송법 개정은 필수이며 시기도 빠를수록 좋다고 본다.
이런 점에서 방송위원회가 최근 방송·통신 융합환경에 대비한 방송법 전반을 대폭 손질하고자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방송위가 이번에 방송과 통신의 경계역에 속하는 새로운 서비스들을 법적인 틀로 구체화하는 방송·통신 융합 환경 대처와 방송위의 위상 재정립, 방송매체의 불균형 해소 등 세가지 사안을 골자로 개정을 추진하고 있어 기대가 된다.
물론 아직 방송위 내부적으로 기초안을 마련하는 상태기는 하다. 하지만 방송위가 그간 방송사업자들에게 휘둘리고, 관련 부처로부터 발목을 잡혔던 주된 걸림돌이 된 조항을 대거 수정하는 쪽으로 작업을 추진되고 있다고 하니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방송위가 방송사업권을 방송사업자와 방송국 개설로 구분, 정통부와의 업무영역을 명확하게 분리하고 문화부와 합의없이 독자적으로 방송 정책을 펼칠 수 있도록 기초안을 마련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방송을 통신과 합쳐 통신사업자 재분류를 추진중인 정통부와 방송정책권을 보유하려는 문화부 등 관계부처와의 조율과정에서 충돌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방송통신의 새로운 융합질서 속에서 기득권의 유지와 확대가 눈앞의 목표과 되기 쉽다는 점에서 그렇다.
방송은 방송 자체로 끝나는 게 아니라 사회·문화·정치·경제 등 제반 영역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 같은 점에서 방송위가 해야 할 일은 무엇보다 멀티미디어 시대에 한국방송이 나아갈 좌표를 명확히 제시해 주는 것이다. 여기서 요구되는 것은 방송위의 독립성과 전문성이다. 방송위가 독립적인 방송정책을 펴겠다는 것은 이같은 점에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방송위의 독자적인 방송정책 수립은 자칫 급변하는 방송 환경에 어긋나는 오류를 범할 우려가 있다. 특히 방송·통신 융합서비스 환경에 대응한 통합적 규제모델을 마련하는 데는 각 부처간 긴밀한 상호협력과 조정이 필요하다. 각 부처가 일방적 또는 경쟁적으로 소관업무를 추진하는 경우 피규제자인 관련사업자들에 혼선만 줄 수 있고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의 증가가 초래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방송법 개정의 관건은 방송위가 관계부처와 얼마나 원만한 협의를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2기 방송위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방송·통신 융합현상을 적절히 수용하는 문제도 규제는 완화하고 자율성을 강화하는 선진국 모델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아날로그방송 특히 지상파방송의 마인드로 융합서비스를 규제해서는 안된다. 또 정통부가 작년 6월 ‘통신서비스 및 사업자 분류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을 때 일부에서 방송과 통신영역 구분을 더욱 모호하게 하고 방송과 통신간 상이한 규제원리와 기준을 간과한 방안이라는 반발을 불러 일으켰던 점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 환경에서 방송정책의 핵심과제는 국가의 정체성 확보 수단이자, 기간산업인 방송을 산업적으로 육성하고 그 혜택을 모든 국민이 고루 누릴 수 있도록 보편적 서비스를 살려가야 한다는 점이다. 때문에 디지털방송 정책을 어떻게 수행하느냐는 관건을 쥐고 있는 방송위원회를 바로 세우는 일이 시급하다. 미디어 융합과 무한경쟁 현실에서 문화공론장인 방송을 지키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방송위의 막중한 임무를 고려할 때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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