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관계자들이 본 증권전산시스템 통합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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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최근 증권·선물시장 통합안을 발표한 가운데 새로 출범할 한국거래소(가칭)의 전산시스템 통합은 어떻게 이뤄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통합 시너지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전산통합이 효율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논의는 이뤄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IT기능은 이용자의 편의가 제고되는 방향으로 시스템을 전환구축한다는 원칙적인 입장만 정했을 뿐 아직 구체화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증권·선물시장 개편 추진위원회 산하에 IT실무조직을 두고 조만간 통합 세부안을 수립할 것이지만 시기는 빨라야 올연말쯤”으로 내다봤다.

◇IT통합 단계=증시 관계자들의 의견을 토대로 추론해보면 IT통합은 중장기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으며, 1단계로는 선물 매매체결프로그램으로 증권전산 개발솔루션을 통합할 가능성이 높다. 2단계로 거래소-코스닥시장간의 하드웨어 통합이 이뤄진 뒤 거래소-코스닥 시장간의 솔루션 통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 단계로는 유가증권-코스닥시장-선물시장간 통합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으며 단계별로 진행되거나 병행통합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아직 논의가 구체화되고 있지 않은데다 정치적인 배경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단기적으로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시스템 현황=증권거래소, 코스닥증권, 선물시장이 보유하고 있는 하드웨어나 주요업무 솔루션인 매매체결프로그램은 각각 다르다. 증권거래소는 하드웨어로 유니시스 기종을, 매매체결프로그램으로는 한국증권전산의 매매시스템부가 개발한 것을 사용하고 있다. 코스닥증권시장은 하드웨어로 ‘탠덤’기종을 채택하고 있으며 한국증권전산의 장외시스템부가 만든 솔루션을 적용하고 있다. 선물시장의 경우에는 KOSPI 200은 하드웨어로 ‘컴팩 GS160’을, 솔루션으로는 증권전산 선물옵션시스템부가 개발한 것을 채택하고 있다. 부산선물시장은 하드웨어로 ‘컴팩 DS20’과 ‘컴팩 ES40’을 도입했으며 매매체결프로그램으로는 스웨덴의 OM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선물시장간 통합=한국거래소 안에 유가증권시장사업본부, 코스닥시장사업본부, 선물시장 사업본부가 각각의 매매체결을 관리하게 되는데 이들을 모두 통합하기는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우선 증권과 선물시장간의 업무와 법적 제도가 달라 이를 통합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존 KOSPI200과 부산선물거래소, 증권거래소와 코스닥증권시장간의 통합에 대한 논의가 먼저 이뤄질 전망이다.

KOSPI 200과 부산선물시장과의 하드웨어는 같은 회사의 제품이라 호환성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매매체결프로그램이 서로 달라 어느 한쪽으로 통합돼야 한다면 주체의 문제를 놓고 의견이 상반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존 금융권의 합병에 따른 사례를 볼 때 KOSPI200이 사용하는 솔루션이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증권거래소 안춘엽 경영지원팀장은 “통합시기에 대해서 거론하기 어렵지만 재통합시에는 이용자수와 시스템 관리자 수 등을 고려해 KOSPI200이 사용하는 증권전산시스템으로 통합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또 “제도를 변경할 때마다 유지비용을 별도로 제공해야 하는 외국 솔루션보다는 국내 자체개발한 것이 낫지 않겠느냐”며 “이를 감안해 재정경제부에서도 내부적으로 KOSPI200쪽 솔루션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거래소-코스닥 통합=증권거래소나 코스닥 둘다 최근 1∼2년 사이에 하루처리건수 500만건을 유지할 수 있는 하드웨어를 도입했기 때문에 단기간에 하드웨어 통합이 이뤄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양쪽 다 가동중인 하드웨어를 적어도 3∼5년 더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하기 위해서는 새로 증설을 해야 하는데 그 비용을 들인다는 자체가 부담스럽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매매체결프로그램 통합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통합안에 따르면 당분간 코스닥 시장의 업무를 그대로 살려놓는 쪽으로 결정돼 있다. 거래소와 코스닥 업무가 그대로 이어진다고 볼 때 업무가 서로 다르다는 점에서 기존 솔루션을 그대로 사용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만약 거래소의 매매체결프로그램으로 통합을 하게 되면 결국 코스닥 시장의 고유업무가 사라진다는 것을 전제로 하게 되는 것”이라며 “정치적 부담감이 있어 손쉽게 결정될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병희기자 shak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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