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마트 마케팅 본부를 책임지고 있는 박무열 상무(49)는 요즘 밤잠을 설치는 날이 많다. ‘야전 사령관’이라는 직책에서 오는 중압감 때문이다. 영업과 마케팅이 약발을 받아 실적이 쑥쑥 오를 때는 별 문제 없는데 요즘과 같이 불황기에는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마케팅 본부는 매일 전쟁입니다. 마케팅 실적에 따라 회사 가치가 좌지우지되기 때문입니다. 모든 회사의 영업 책임자를 통틀어 요즘 같은 불황에 두발 쭉 뻗고 잔다면 아마 거짓말일 것입니다.”
다행히 하이마트는 소비심리가 꺾여 가전과 컴퓨터 수요가 주춤해도 올 1분기 지난해보다 소폭 성장하는 성과를 올렸다. 당초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지만 오히려 역신장한 다른 업체에 비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다.
“그나마 신규 점포들이 매출을 떠받쳐 주었습니다. 아무리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도 기본 성장률은 유지했는데 사실 올해는 좀 불안합니다. 1분기는 그럭저럭 마무리했고 2분기부터는 좀 더 공격적으로 나설 계획입니다.”
박 상무가 올해 최대 수요처로 생각하는 시장은 에어컨이다. 올해 예상되는 에어컨 수요는 시스템 에어컨을 포함해 150만대 정도. 이 가운데 시장 점유율 30% 정도를 달성한다는 전략이다. 삼성과 LG 등 이미 시장에서 탄탄한 인지도를 갖춘 경쟁업체를 고려하면 쉽지 않지만 박 상무는 자신감에 차있다.
“더 이상 시장을 흐리는 저가 전략은 쓰지 않을 생각입니다. 가격은 결국 출혈 경쟁을 불러올 수밖에 없고 모든 회사가 망하는 지름길입니다. 대신 서비스와 상품으로 승부할 계획입니다.”
무더운 날씨에도 박무열 상무의 의지는 찬바람이 쌩쌩 불 만큼 확고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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