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IBM(대표 신재철)과 한국HP(대표 최준근)가 리눅스시장을 두고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리눅스 분야에서는 한국IBM이 메인프레임 리눅스 포팅을 시작으로 전 서버 플랫폼에서 리눅스를 지원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여온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들어 리눅스 클러스터 및 아이테니엄 로드맵 기반의 ‘멀티OS’ 전략을 펼치고 있는 한국HP의 응수도 만만치 않다.
특히 최근 리처드 사이브트 수세리눅스 사장이 방한, 포스데이타와 리눅스클러스팅 컴퓨팅 사업을 위한 전략제휴를 체결하자 이를 둘러싸고 양사가 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수세리눅스 사장의 방한에는 한국IBM의 측면지원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포스데이타가 운영하는 ‘리눅스 클러스터 컨피센터’는 IBM의 아시아태평양지역 센터로 IBM의 각종 솔루션을 검증, 테스트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리눅스사업에 있어서 포스데이타는 한국IBM-수세리눅스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고, 자사 리눅스 클러스터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힌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문제는 한국HP와의 관계다. HP 본사는 수세리눅스와 경쟁관계에 있는 레드햇리눅스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무엇보다 한국HP는 포스데이타의 최대 고객인 포스코그룹의 IT인프라에 대한 지배력이 높다.
한국HP가 멀티OS 전략 차원에서 리눅스에 대한 지원을 분명히 했으며 향후 슈퍼컴퓨터의 핵심전략을 리눅스 클러스터로 설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포스데이타의 이런 움직임은 한국HP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포스데이타가 ‘HP-오라클’ 기반으로 가동하고 있는 자사 ERP시스템을 리눅스클러스터로 전환하는 움직임을 보이자 한국HP는 더욱 불쾌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알려진대로 리눅스 클러스터의 기간업무시스템 적용 안정성을 포스데이타가 직접 시험을 보이겠다는 것으로 궁극적으로는 포스데이타의 최대 수요처인 포스코를 겨냥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결국 이 프로젝트가 확대될 경우 한국HP는 핵심 수요처를 두고 한국IBM과 한판승부가 불가피해질 수밖에 없고, 그간 포스코사업에서 공조를 취해온 한국HP와 포스데이타의 관계가 어려워질 수 있다.
한국IBM은 올 7월 초 ‘상반기 리코넷(리눅스 영업 협력 네트워크) 결산’ 행사를 준비하는 등 솔루션업체를 내세워 리눅스 기반으로 마이그레이션 영업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며, 한국HP 역시 클러스터 기반의 슈퍼컴퓨터가 출시되는 10월을 전후로 전담조직을 구성, 사업을 강화할 계획이어서 리눅스시장을 둘러싼 양사의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신혜선 shinhs@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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