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부를 비롯한 산업자원부, 정보통신부 등 3개 부처가 차세대 성장엔진 발굴사업을 통합해 추진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이로써 일단 이 프로젝트를 둘러싸고 3개 부처가 벌여왔던 주도권 다툼이 일단락될 것 같다.
그렇지만 우리는 3개 부처가 주도권 다툼을 지양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적극적이고 대승적인 차원에서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그동안 3개 부처가 다툼을 벌여왔던 것은 그 프로젝트가 각 부처와 연관성이 적지 않기도 하지만 구미가 당기는 것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즉 차세대 성장엔진 발굴사업은 5∼10년 이후 한국을 먹여살릴 반도체와 같은 유망한 품목을 선정해 육성하는 것으로 참여정부의 역점 사업이다. 또 최근들어 국가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특정 산업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연구개발비용도 급격히 늘어날 수밖에 없어 이 사업의 지원 규모는 과거의 어떤 프로젝트보다도 클 가능성이 농후하다.
따라서 청와대로부터 점수도 얻고 국민을 지원할 예산도 많이 확보할 수 있으니 이 프로젝트와 조금이라도 연관이 있는 부처라면 군침을 흘리지 않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각 부처가 앞으로 주도권 다툼을 지양하고 협력을 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것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차세대 성장엔진 발굴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것이다. 사실 여러 정부부처가 하나의 국정과제를 선점하기 위해 달려들면 중복·과잉 투자가 이뤄지고, 효율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클 수밖에 없다. 그것은 곧 갈수록 치열해지는 국제경쟁 속에서 우리가 뒤처지게 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이번에 3개 부처가 공동으로 이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하니 명확한 역할 분담을 통해 개별적으로 추진하는 것보다 나은 결과를 낳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합의한 내용을 보면 부처가 각자 추진하되 서로 상충되거나 중복되는 점을 조정하겠다는 소극적인 의미의 협력으로 받아들여진다. 즉 부처별로 세부항목을 도출해 그것을 청와대에 가져가 도움을 받겠다는 것이다.
통합안이 마련된 후에는 부처별로 사업추진단을 구성하고, 세부품목을 발굴하며, 예산 신청작업 등을 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이것도 결국 부처별로 충돌을 일으키지 않는 선에서 각자 추진하자는 것과 다름이 없다.
물론 이같은 체계가 각 부처로서는 바람직해 보일 수도 있다. 또 각 부처가 해당 품목을 발굴하면 제 3의 기관이 하는 것보다 잘 할 수도 있다고 본다. 또 오늘날처럼 기술융합시대에 명확하게 3개 부처의 영역을 구분하기도 쉽지 않다.
그렇지만 그에 앞서 이번 프로젝트는 3개 부처의 영역을 떠나 미래에 유망한 기술이나 산업 품목을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술발전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유망한 품목을 예측하는 일은 어려우면서도 중요한 일이다. 따라서 세부과제를 선정하는 것은 3개 부처와 자유로울 수 있는 기관에서 맡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 다음에 기초기술과 산업연관성, 서비스 등 각 부처의 특징과 장점을 살려 과제를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각 부처가 협력하기로 이왕 방침을 정했으니 후속 조정과 통합안을 신속하게 마련하고, 업계의 지원을 통해 산업을 활성화시키는 데 큰 힘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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